버거씨와 시내를 걷다보니 부티크마다 문앞에 물건들을 내 놓고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 브라드리가 열리는 날이었구나."
맞다. 이 맘때쯤 가게마다 물건을 내 놓고 할인 판매를 하곤 했었지. 그걸 브라드리라고 하는구나.
무심코 지나치던 한 가게 앞.
삭발한 여사장님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아 눈길이 갔다. 거친(?) 헤어스타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고 프로페셔널했고 그래서 아름다워보였다. 외모나 옷차림 보다 더 중요한 건 목소리와 태도에 담긴 매너와 여유가 아닐까.
버거씨는 이 친절한 사장님께 스니커즈를 한 켤래샀다.
그리고는 너무 마음에 들었는지 내 신발도 고르기 시작하는 버거씨.
나 신발 있다고 안사도 된다는데 거절은 받지 않겠단다. 여사장님이랑 둘이서 합심해서 물색한 후 서너켤래를 내 앞으로 갖다주었고 어쩌다보니 내 손에도 새 신발이 담긴 쇼핑백이 들려져 있었다.
"너 신발 있는거 나도 알아. 너 맨날 똑같은것만 신고 다니잖아. 너의 단순한 라이프 스타일을 나는 존경하고 사랑해. 근데 이건 질이 좋은데 저렴하잖아. 이럴때 사야지."
새 신발을 얻은 나 보다 더 뿌듯해 하는 버거씨.
어릴적에도 나는 신발을 사달라고 졸라본 적이 없다.
한 번 발에 익숙해지면 낡아서 헤질때까지 그것만 신는다. 엄마가 오히려 새신발을 사줄테니 그것 좀 버리라고 말씀하실까지 말이다.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다 말고 새 신을 꺼내 신어봤다.
가볍고 편하네.
내가 혼잣말처럼 말했더니 버거씨가 나를보며 매우 뿌듯하다는 듯 씨익 웃는다. 거봐, 사 길 잘했지? 라고 말하면서-
버거씨도 언능 새 신발 신어보라고 상자에서 꺼내주고 나란히 발을 맞대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신발 선물주면 도망간다던데... 난 벌써 두켤레나 받았네.... 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ㅋ
맛나는 샌드위치로 배를 채운 후 새 신발을 장착한 우리는 강쪽으로 다시 걸었다.
그래 바로 여기다! 명당.
여기서 우리 쉬면서 책이나 읽자.
따뜻하고 기분 좋은 강바람이 불어왔다.
바로 근처에서 꼬맹이들이 모래로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말이다.
모래밭이라 잠시 벗어서 나란히 모셔둔 신발을 가운데 두고 우리 두사람은 선배드에 펴하게 누워서 책을 꺼내 읽었다.
기분좋은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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