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어 튜터링에 집중하겠다고 했던 그 주말, 버거씨는 나를 만나는 대신에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
[미라벨 좀 따서 갖다드려. 잼 만드는거 좋아하시잖아.]
[아! 정말 좋은 생각이다!]
버거씨는 그렇게 아침일찍 수확한 미라벨을 들고 어머니댁으로 갔는데 역시나 어머니께서 엄청 좋아하셨다고 한다. 뿌듯뿌듯ㅋ
어머니께서 '팍씨'를 만들어주셔서 점심식사를 맛나게 했다며 실시간으로 나에게 보고를 하는 버거씨.
전생에 나도 시댁에서 자주 먹던 팍씨네. 호박팍씨 토마토 팍씨... 기억이 새록새록...
점심 식사를 끝낸 후에는 집에 카페트를 새로 깔아드렸고 동네 산책을 했다며 한시간 간격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셀피 사진 포함ㅎ
[엄마랑 저녁먹으러 왔는데 이 레스토랑 진짜 좋다! 음식도 맛있고 라이브 가수의 실력도 정말 좋아! 다음에 꼭 같이 오자.]
버거씨는 라이브 노래 두곡을 통으로 찍어서 영상을 보내왔다. 이쯤되면 그냥 나도 두 사람이랑 같이 있는게 아닌가 싶은...
오 맛있겠다. 그런데 뒤에 할머니가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거 알지ㅎㅎㅎ
버거씨가 요즘 어머니랑 사이가 부쩍 좋아진것 같다고 느끼던 차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버거씨가 [오늘 엄마랑 대화를 진짜 많이 나눴어. 엄마랑 정말로 오랜만에 단둘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어. 엄마 보러 오길 정말 잘한거 같아.] 라고 말했다.
버거씨에 정원표 미라벨로 어머니는 타르트를 만들었다며 다음날 사진을 보내오셨다.
나도 나이들면 타르트굽고 잼 만들어서 손님들 초대하는 재미로 살아갈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주말마다 버거씨를 나혼자 독차지 하다가 내가 바빴던 덕분에 버거씨가 어머니를 만나러 가고 또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니 기분이 좋다. 뭔가 내가 버거씨를 어머니께 하루 양보해 드린 기분이랄까.
다음주도 양보해 드릴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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