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에 잡혀있던 수업을 하나 끝내자마자 기차를 타고 버거씨가 기다리는 티옹빌로 갔다.
벌써 정오가 넘었네.
아침도 못먹고 왔더니 배가 고프다...
어제 내가 좋아할 만한 식재료들을 엄청 많이 장봐놨다고 하던 버거씨는 배가 고프단 말에 차를 돌렸다.
"큰 애가 정말 맛있는 버거집이 요 근처에 있대. 안그래도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지금 가보자."
블랙앤화이트 버거-
실내 키오스크에서 주문하고 음식을 받는데까지 한 시간이 걸렸다. 허허... 그냥 집에가서 먹었어도 비슷한 시간에 먹었을것 같다.
너무 오래걸려서 버거씨가 카운터에가서 물었더니 매니저로 보이는 여성이 바쁘다고 인상을 쓰면서 이렇게 외치더란다.
"저희 전부다 경험이 없어서 오래 걸려요. 저는 매니저도 아니고요. 주방에 모든 인원들이 배우면서 일하는 중이라 그래요!"
음...
경험 많은 배테랑 요리사가 지금 당신의 햄버거를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도 모자랄 판에 초짜들이 지들끼리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그냥 기다려라- 하고 당당히 말하다니.
사과는 당연히 없고, 자신은 매니저가 아니라는 말로 간단히 책임을 회피했다.
황당한 버거씨는 그냥 꿀먹은 벙어리처럼 돌아왔다.
마음이 살짝 상한 버거씨가 화풀이처럼 나한테 속삭였다.
"직원이 엄청 많아. 근데...인종차별이지만... 전부다 아랍인들이더라고..."
이 말로 우리 둘 다 납득.
그래 인종차별 나쁜거 아는데... 그냥 이 말 들으니 화가 가라앉고 이해가 가더란 말이다ㅋ. 따질 필요도 없고 그냥 다신 안와야겠다 이거지.
그래도 다행히 햄버거는 맛있었다.
우리 둘 다 게눈 감추듯 (배고파서ㅋ) 완전 흡입했다.
이름이 왜 블랙앤 화이트인가 했더니 빵 한쪽이 블랙이구나.
"여기 손님들도 전부 블랙 앤 화이트다? 나 혼자 옐로우 추가ㅋ"
내 말에 버거씨가 웃다가 햄버거를 뿜을 뻔했다.
손님수에 비해 직원수가 엄청 많은데... 한국인으로선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한국에선 정말이지 훨씬 적은 인원으로도 다들 날라다니는데ㅋ
해외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한국에서 '빠름', '정확', '책임감'의 현장을 버거씨에게 어서 빨리 보여주고 싶다. (아 물론 '친절' 혹은 '살가움'은 좀 포기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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