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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우리의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by 요용 🌈 2025.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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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마친 후 버거씨랑 동네 산책을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버거씨가 오늘은 산책 말고 칵테일을 마시러 가자고 했다. 

 

오늘따라 기분이 더 좋아보이네. 

 

 

우리가 자주 오는 바로 이 곳- 언덕위에 있는 호텔 테라스.

 

오늘 나는 무알콜 피나콜라다를 주문했고 버거씨는 고심끝에 벨벳 어쩌고 하는 이름의 새로운 칵테일을 주문했다. 

생강이랑 어쩌고 저쩌고 생소한 재료들이 들어갔는데 색깔이 이쁘길래 한입 먹어봤다가 으엑 했다ㅋㅋㅋ 

오늘은 교훈은, 그냥 먹던거 먹자ㅋ

오늘은 아리따운 피아니스트가 테라스에서 라이브로 연주를 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더 좋은걸? 

 

"너랑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꿈만 같아." 

 

맨날 들어도 질리지 않는 버거씨의 고백이다. 

 

"네가 갑자기 낭시로 돌아가고 집에 나 혼자 남아있으려니 생각보다 많이 적적하더라. 많은 생각이 들었어. 네가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 주는지 한 번 더 깨달았지." 

 

나도 내가 티옹빌로 돌아와서 너무 기쁘다. 진심으로. 

덕분에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얼마전에 우리집에 놀러왔던 친구 사무엘 기억하지? 그 친구가 부인이랑 이혼하면서 맘고생이 심했다고 했잖아. 갑자기 히말라야 등반을 떠난다며 전화가 온 게 벌써 한 달이 넘었는데 그 후로 전화를 안받네. 무슨일이 있었으면 어쩌나 걱정이 돼."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잖아. 별 일 없을거야... 너무 힘들때는 혼자 있고 싶기도 하잖아? 꼭 나만빼고 다들 행복한것 같고, 친구들 만나면 나도 잘 지내는척 해야 할 것같고 그런 시기. 그냥 일단 기다려봐."

버거씨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번에는 암 투병중인 친구가 사진을 보내왔다며 나에게 보여줬다.

병실침대옆에서 엄지를 세우고 환하게 웃고 있는 건장한 남성이었다. 모르고보면 아픈사람인지 아무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다들 전화해서 위로밖에 안한다고 그냥 평범한 대화가 그립다고하더라. 그래서 나도 틈틈히 연락해서 평범한 대화를 이어가는 중이야. 이번에 수술 받고나서 그 다음날 딸이랑 남프랑스로 일주일 여행을 다녀왔대." 

 

"암 4기 환자가 수술 직후에 일주일 여행을 갔다고??" 

 

"응 딸이랑 오래전부터 약속한거라 딸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대. 그리고 지금 아니면 다시는 여행을 못 갈 것 같아서 항암치료도 미루고 무리를 했대. 당연히 여행 중 식사도 힘들고 몸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딸이 좋아하는 모습보니 그렇게나 좋았다고 하더라. 돌아와서 지금은 항암치료 잘 받고 있어."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한다. 

 

나는 말 없이 버거씨 손을 잡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살아있음을 느꼈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산책을 하고, 저녁에 동네 테라스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평범한 우리의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천금을 주고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하루였구나..."  

 

버거씨가 나를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투루 쓰지말자... 한 순간도..." 

 

 

단 한 순간도 걱정과 근심으로 낭비하지 않겠어. 

 

나중에 이 지구 여행을 끝내고 돌아갔을 때 


참 잘 놀다왔다! 하고 후회가 남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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