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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당장 행복해야 할 이유

by 요용 🌈 2025.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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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때 버거씨랑 화상 통화를 했다. 

 

내 목소리랑 표정이 한결 좋아졌다며 안도하는 버거씨. 

 

"사실 컨디션은 여전히 별로인데 어제 오늘 수업을 몇 개 하다보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어. 나 이일이 잘 맞나봐."

 

버거씨가 웃으며 대답하길, 힘들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게 보통인데 아무래도 적성을 잘 찾은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 그런것 같다. 

 

버거씨는 아직 휴가가 1주일 넘게 남아있는데 아들들도 알자스 외갓집으로 가고 계속 혼자 있다고 살짝 시무룩해 했다.  

 

"아참, 내가 어제 오랜만에 옛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봤다?"

 

갑자기 중요한 이야기라는 듯 진지하게 말을 꺼내는 버거씨. 

 

"오래전에 한 동네 살아서 자주 왕래하던 친구거든. 그때 재혼한 와이프의 아들이랑 좀 안맞아서 맘고생도 좀 했었는데 결국 그 친구는 양아들이랑 와이프를 위해 정든 집을 팔고 와이프 직장 근처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버렸어. 그후 지금껏 소식을 못듣고 있었는데 어제 갑자기 생각나더라고. 그래서 내가 전화를 걸어본거지. 반가운 목소리로 받길래 잘지내냐고 물었다? 근데 이 친구가 씩씩한 목소리로 잘 못지낸다는거야. 농담인줄 알았는데 '나 최근에 암 진단 받았어. 4기래 허허' 하고 웃는거야.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았어." 

 

에고고... 너무 안타깝다. 나는 계속 집중해서 들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고작 40대밖에 안된 누구보다 건강한 친구였단 말이야... 거기다 나는 그 친구처럼 느긋하고 다정한 사람도 못봤었거든. 화내는 법도 잘 없고... 룩셈부흐크 아이티회사 메니져로 돈도 잘 벌고 사랑꾼에 항상 가족을 우선으로 생각하던 좋은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이 암에 걸리다니!" 

 

소장인지 대장쪽이라고 하는듯 했다. 

 

"나는 그 소식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도 모르겠더라. 너무 아무렇지않게 말하는 그 친구의 말투도 나를 당황시켰어. 누구보다 본인의 충격이 제일 클텐데 말이야."

 

 

버거씨는 잠시 말이 없다가 목소리에 힘주어 이렇게 말했다. 

 

"내 친구일은 너무 마음아프고 안됐지만 내 결론은 이거야. 나는 틈나는 대로 사랑하고 행복할거야. 내일이 아니라 당장 행복하기로 다짐했어. 널 기쁘게 만들어주고 기회가 날때마다 웃을거리를 찾을거야. 내일 당장 어떤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데 행복할 시간도 부족해."

 

만난적 없는 사람이지만 이야기만 들어도 마음이 아프다.

나도 모르게 계획에 없던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날씨도 좋은데 나 증상 좀 덜해졌으니까 다시 티옹빌로 돌아갈까? 수욜날은 오전에 수업 딱하나 있으니까 그거만 하고 갈게! 그 다음날부터 수업 있는건 첫째 방에서 하면 되지?" 

버거씨 표정이 한여름 대낮처럼 환해졌다.

 

"그럼 그럼 당연하지!!"

"당신은 아직 휴가고 날씨가 이렇게 다시 좋아지는데 여름이 가기전에 즐겨야지! 나도 휴가 연장이다!"

"그렇게 말해주어서 고마워. 다시 와준다면 내가 너를 정말로 잘 보살필거야. 넌 나만 믿고 와." 

 

그래 그 친구한테는 미안하지만 우리는 더 많이 웃고 행복해야 할 이유를 또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행복. 내일을 위해 저축하지 말고 그때그때 과소비하고 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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