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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버거씨가 가져온 물약

by 요용 🌈 2025.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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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씨네 집에서 2주간 머물다오기로 계획을 했었지만 1주일만에 급하게 낭시로 돌아오게 되었다.

몸살인지 급체인지 몸이 갑자기 안좋아졌기때문이다. 

 

잘먹고 잘 지냈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한밤중에 갑자기 구토와 설사 증상이 동시에 찾아왔다. 얼굴과 손이 새하얗게 창백해지고 식은땀이 턱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증상이 수년만에 찾아왔다.

 

미주신경실신

 

오래전 싱가폴 살 때 처음 나타났던 증상인데 그후로 일년에 한 두번씩 겪었다. 종합병원에서 검사 받았을때 의사샘은 미주신경실신이라고 하셨고 딱히 치료약은 없으며 마음을 잘 다스리라는 말만 들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는데 또다시 겪다니. 

 

다음날 급하게 낭시로 돌아갔다고 했더니 버거씨는 단호하게 말했다. 

 

"몸이 아프면 더더욱 여기에 있어야 내가 보살펴주지. 아픈데 아무도 없는 아파트에 왜 혼자 돌아가겠다는거야..." 

 

구토랑 설사를 반복하는데 그냥 만사가 다 구찮아 대충 둘러댔는데... 아픈데 당신 달랠 기운도 없다야... 나 그냥 갈래... 

 

버거씨는 딱 이틀만 더 있다 가라고 애원했다. 자기가 진짜 잘 보살필수 있단다.

 

하아... 그래...

 

나한테 딱 잘듣는 약을 알고 있다며 약국에 다녀온 버거씨. 가기전에 약이 있는지 약국에 미리 전화까지 하고 나갔었는데 돌아온 버거씨 손에는 투명색 작은 물약 한 병만 들어있었다. 

 

약국이 아니라 마법사를 만나고 온거냐...



이 약 진짜 잘 듣는거란다. 프랑스 약국에서 최초로 판매를 시작한(?) 역사가 있는 약이라나 뭐라나...

한 병을 다 마시는건가 싶었지만 버거씨는 각설탕위에 물약을 7방울 떨어트리더니 누워있던 내 입에 그걸 넣어줬다. 엄청 달고 엄청 쓰다 으엑... (나중에 보니 세방울이 정량이란다...)

 

 

서양인인데도 양약을 잘 못믿는 버거씨는 이렇듯 약도 생약성분을 선호하고 욕실 약장에는 허브 아로마가 가득하다. 마법사의 수제자라고 해도 믿을 듯. 

 

물약이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다음날 구토는 멎었는데 설사는 계속 이어졌다. 

 

결국 이틀 후 낭시로 돌아왔는데 떠날 때 시무룩하던 버거씨 표정이 계속 아른거리네. 

그래도 내집에서 맘편하게 화장실도 들락거리고 말 한마디 안하고 아무때나 누워잘 수 있으니 내 집이 편하다. 

 

버거씨가 준 물약을 물 한잔에다가 세방울씩 떨어트려 매일 마시는데 향이 은은하고 좋다. 이렇게 마시면 훨씬 나은것을... 

 

여전히 입맛은 없다. 그래도 기운 차리려고 쌀죽을 연하게 끓여 숭늉처럼 마시니 넘어가네. 

 

몸살은 아닌것 같고. 

 

앞으로 좋은 일이 많으려나보다. 

 

좋은 기운을 많이 많이 담아낼 수 있도록 몸속에 남아있던 나쁜 찌꺼기들을 다 비워내고 있는 중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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