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헬스장에 가려고 준비해서 나왔는데 막상 나오니 아침 공기가 너무 좋은거다.
간밤에 비가 와서 공기가 더 상쾌해진 느낌이다.
이 좋은 공기를 두고 실내 러닝머신을 뛴다는게 좀 아쉽네.
결국 나는 아파트 현관 우편함에다 물품들을 집어넣고는 헬스장 대신에 공원으로 향했다.
아 좋다.
적당히 쌀쌀하고 상쾌하고.
키크고 우거진 나무들이 반겨주는 공원에 오니 기분이 너무 상쾌해진다.
맨발로 걷는게 그렇게나 좋다던데 나도 맨발로 한 번 걸어볼까?
근데 생각보다 적당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잔디밭에는 안보이는 유리라도 밟을까봐 겁나고-
언뜻 흙길인것 같아도 막상 가보면 시멘트 바닥위에 얇게 흙만 뿌려놓은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여기닷!
적당한 곳을 찾았다.
바로 신발 양말 벗고 맨발로 왔다리 갔다리 걷고 또 걸었다.
우리 엄마가 봤음 난리치셨겠다. 개 고양이 다람쥐가 숱하게 응가하고 쉬야했을건데 거길 맨발로 걷냐고 지지라고 말이다.
씻으면 되지요.
엄마 잔소리를 안들어서 좋은건지 아니면 엄마 잔소리가 그리운건지 알수가 없네.
한참 걷다가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발바닥에 닿는 흙의 느낌이 차다.
버거씨네 집에서도 보드라운 잔디가 난 부분으로 맨발 걷기를 한 적이 있다. 보드라운 잔디가 있는 곳을 버거씨가 알려줬는데 신발벗고 같이 걷게 했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순순히 내 뒤를 따라서 걷던 그 모습이 생각난다. 공원에도 데려오면 같이 맨발로 걸으려나.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면 어쩌나 싶었지만 의외로 지나가면서 나한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없다. 양손에 신발을 한 짝 씩 들고 이렇게 살금살금 걷고 있는데 말이다ㅋ
오늘 나는 자연과 좀 더 가깝게 교감했다.
자연의 일부로서의 나를 느끼는 시간. 차가운 흙에서 나는 오히려 포근함을 찾았다.
날씨 좋을때마다 나와서 맨발걷기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과연 내가 지킬 수 있을까.
일단 다짐은 굳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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