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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간장밥이 아닙니다.

by 요용 🌈 2025.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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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씨가 점심 메뉴로 샐러드를 만들겠다고 말하는 순간 오늘 점심은 내가 만들겠다고 자처했다. 

샐러드는 사이즈지 주식이 아니라고 말해도 버거씨는 이해하지를 못한다. (엘라, 에리카, 알마는 모두 내 말에 공감했음ㅋ)

하여간 버거씨는 샐러드를 엄청 좋아하는데  나는 샐러드는 아무리 배부르게 먹어도 뭔가를 더 먹고싶어지더라. 

 

그래서 나는 점심 메뉴로 또 김밥을 쌌다. 

나한테 김밥은 그리 번거로운 요리가 아니다. 

전날 구워먹고 남겨둔 새우가 있어서 깻잎이랑 새우를 넣고 쌌다. 단무지 대신에 내가 담은 양배추 피클을 채 썰어 넣고- 

경치 위주로 찍느라 김밥 근접샷이 없네; 

사이드로 미소국도 곁들였다. (버거씨가 인스턴트를 사다놨길래 끓는 물만 부워서 간단히 완성-) 

기온은 좀 떨어졌어도 하늘이 청명하니 안구가 정화되는 점심시간이다. 

평소처럼 엄청 맛있게 먹은 버거씨는 후식은 본인이 준비하겠다고 했다. 

 

꼼짝말고 기다리라더니... 진짜 엄-청 오래 기다렸음. 

 

한-참만에 버거씨가 양손에 들고온 디저트는 바로 이런 모습. 

 

사실 정확한 재료가 기억이 잘 안난다ㅋㅋㅋ

타피오카 펄에 코코넛밀크랑 코코넛설탕 그리고 코코넛 가루만 기억나네. 아 그리고 저기에 찹쌀밥도 섞여있음. 

암튼 엄청난 탄수화물 폭탄임. 

 

샐러드만 먹고 사니까 디저트가 이렇게 무거운거 아닐까. 

 

암튼 동남아스러운 비쥬얼을 자랑하는 의문의 디저트를 다 먹는데는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정성을 봐서 억지로 다 먹어준 것이다. 사실 맛은 쏘쏘... 근데 버거씨는 엄청 맛있지 않냐며 한 두 숟가락만에 다 퍼 먹더라. 

메인을 건강식으로 먹으면 뭐하니...ㅋㅋ 

 

 

그날 오후에 버거씨는 또다른 디저트를 야심차게 준비했다. 

 

 

그냥 먹으면 제일 맛있는 망고를 예쁘게 썰더니 코코넛 가루에다 버무림. 

 

[망고맛이 1단계 감소했습니다.] 라는 가상의 음성이 내 머릿속에 울렸다. 

 

코코넛을 왜 사다놨나 궁금했는데 버거씨는 직접 그 코코넛 과육을 갈아냈다. 정성이다 정말... 

 

저게 끝이 아니다. 

 

버거씨는 찹쌀을 불려서 코코넛쥬스를 넣고 찹쌀밥을 하더니 저기다 한데 섞었다. 뜨거운 찰밥을 섞으면서 나한테 말했다. 

 

"나 요즘 찹쌉밥에 완전 꽂혔거든." 

 

응 나는 아니야. 

 

[망고맛이 2단계 감소했습니다.]

 

 

버거씨가 "먹어볼래?" 했을때 나는 거절했다. 

 

"미안하지만 점심때도 김밥을 먹었는데 오늘 탄수화물은 충분 한 것 같아." 

 

버거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넘긴것 같다. 

 

 

저녁때 영화를 보는데 버거씨가 또 한번 디저트를 권했다. 

음... 그럼... "아주 조금만 줘 봐." 라고 말했다. 


잠시 후 버거씨는 자신있는 표정으로 작은 그릇에다 꽉꽉 무겁게 눌러담은 디저트를 들고 왔다. 

이건 조금이 아닌데... 라고 반박하려고 했지만 옆에 버거씨 먹는 밥그릇 사이즈를 보니까 그런 말이 안 통하겠다 싶었다. 

 

딱 보면 생긴건 뜨거운 간장밥인데... 고소하고 짠맛이 아니라 차갑고 단맛이라서 막상 한 입 먹으면 거부감이 든다. 태국 망고라이스는 촉촉하기라도 하지. 정말 간장밥처럼 뻑뻑하게 비벼놓다니... 

 

그래도 영화 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먹다보니 한그릇이 비워진다. 

 

건강 생각하면 이제 찹쌀밥 좀 줄여... 라고 말했더니 버거씨는 본인도 아는데 잘 안된단다. 너무 맛있다고. 

 

건강식만 먹는 양반인데 왜 찹쌀밥에 꽂혀가지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중에 인절미를 만들어줘야겠다... 인절미 고물은 카스테라 대신 마들렌을 갈아서 해 볼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웃기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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