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 맘때 쯤이면 알마는 본인의 생일 파티를 계획하고 친구들을 초대하곤 했는데 올해는 어쩐일인지 아무말이 없었다. 하긴 출산이 한달 반 남은 상황이라 쉽지 않겠지.
내가 뭐라도 해 주고 싶은데 알마를 위한 최선이 뭔지를 모르겠네.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알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알마, 곧 너 생일이잖아. 우리집에서 몇 명만 초대해서 내가 파티 열어줄까? 혹시 우리집까지 오는게 힘들면 내가 케이크랑 음식 준비해서 너네집으로 갈게. 물론 이 경우에는 끝나고 청소랑 설거지까지 내가 다 할거야. 너한테 더 편한게 뭔지 말해 줘. 날짜도 네가 편한 날로 고르면 내가 맞출게.]
잠시 후 알마로 부터 답장이 왔다.
[정말 고마워! 올해는 생일 안하고 싶어. 대신 일요일에 우리 동네에 벼룩시장이 열릴거야. 매년 열리는 제법 큰 동네 행사인데 스테판도 부스 열어놓고 잡동사니들 팔러 나갈거래ㅋ 그런거 좋아하거든. 놀러와서 시장도 구경하고 우리집에서 밥 먹자.]
[그래, 그럼 버거씨랑 케이크 들고 같이 갈게. 재미있겠다!]
사실 튜터링에 있어 일요일이 가장 바쁜 날이지만 그래도 알마 생일인데 일요일이 대수냐.
내 인생 가장 추웠던 재작년 겨울. 전 남편 집에서 급하게 나오던 날 혼자 와서 나랑 둘이서 이삿짐 날라준 알마를 떠올리면 내가 무얼 해 줘도 아깝지 않다.
같이 가자고 했더니 버거씨가 굉장히 좋아했다. 이번주말에도 원래는 안보기로 했었는데 이 구실로 만나게 되었으니 우리 연애에도 좋은 구실이 되었다.
"그래, 좋은 생각이다! 그럼 금요일 퇴근하자마자 낭시로 갈게!"
"응 월요일날 우리집에서 재택근무 하고 밤에 가면 되겠네."
그렇게 나는 이번주말에 또다시 추가 수업 예약을 모두 막아놨다. 이미 토, 일, 월요일에 각 한시간씩 수업이 예약돼 있어서 그건 어쩔수 없지만.
다음주부터는 풀로 오픈해서 빡세게 일해야지.
버거씨한테 올 때 케이크를 사오라고 부탁했고 나는 몰에 가서 다음달말에 만나게 될 아기를 위한 선물을 샀다. 알마의 생일을 위한 선물이지만 이게 더 실용적일것 같아서.

베넷 두개랑 감촉이 좋은 두두(?) 인형을 샀다. 울언니는 젓병 소독기를 추천했지만 이미 웬만한 용품들은 주변에서 다 갖다줬다더라...

옆에서 알마와 스테판 커플을 지켜보다보니 새삼 부모가 된다는것은 굉장한 희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나 만 46세 여성몸으로 첫 아이를 낳는 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고...
힘내라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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