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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프랑스 시골 벼룩시장 귀여운 상인

by 요용 🌈 2025.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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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골 벼룩시장은 마을 잔치다
 
버거씨와 알마가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나와 엘라는 천천히 걸으며 좌판 하나하나를 구경했다. 사람들이 전부다 너무 친절했고 소소하게 오가는 대화들도 다 즐거웠다. 

알마는 테니스공을 하나 샀다. 엄청 쌌다. 
이 벼룩시장에서 비싼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아직 쓸만한 물건들이 버려지지 않고 누군가에게 그 쓰임을 이어간다는데에 더 의미를 두는 듯 했다.

오 이거 내 스탈이다!
그림 많고 글씨 크고ㅋㅋ 
 
이 책 사야겠다!

그러다 더 마음에 드는 책을 똬악 발견해 버렸다. 
스파이더맨 그림책이다ㅋㅋ 
5분짜리 잠자리 이야기 책. 
2유로에 완전 멋진 책을 득템했다. 
 
내용이 알차다ㅋㅋㅋ
어벤져스들이 다 나오거든. 아이언맨, 닥터스트렌지 등등. 그림도 얼마나 멋진데! 
 
내가 신나했더니 엘라가 웃기단다. 진짜로 애들 보는 그림책을 읽냐면서. 나더러 C1수준에 맞는 소설책을 읽으라고 이것저것 권해주지만 내 프랑스어 실력은 이거란다ㅎㅎㅎ 

 
그때 버거씨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너 그 강아지 산 거 아니지?" 
 
그러고보니 내 다리에 귀여운 강아지 한마리가 딱 붙어 있네ㅋㅋ 
 
강아지가 아니고 어벤져스 책을 샀다고 자랑했더니 다들 웃는다. 어벤져스가 뭐냐면서ㅋㅋ
 
"저기 니 친구 있다. 가서 말해 봐." 
 
슈퍼맨 티셔츠를 입고 있는 소년을 가리키며 버거씨가 말했다.
 
"스파이더맨이랑 슈퍼맨 친구잖아." 
 
그 말에 내가 정색했다. 
 
"장난해? 슈퍼맨은 저스티스리그라고!" 
 
버거씨 뿐만 아니라 엘라, 알마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네. 아 답답해. 
 
"스파이더맨은... 그...뭐냐... 저스티스? 그 리그 아니야?"
 
아 이 사람들아... 어벤져스라고 조금전에 내가 말했자나. 아 놔 진짜 니들 범생이들랑 말 안통해.
 
"진짜 저 소년이랑 대화하는게 더 낫겠네."  
 
"거봐, 그러니까. 쟤가 니 친구 맞다니까."
 
다들 깔깔 웃었다. 이게 또 말이 그렇게 되나ㅋㅋ 

저 큰 호박이 한개에 1유로였다. 직접 기른 유기농! 
옆 가판대에서 장난감을 팔던 슈퍼맨 소년이 달려와서 계산을 해줬다. 전대에서 거스름돈을 꺼내주는 포스가 베테랑이다. 귀여워라! 
 

엘라는 조롱박같이 생긴 호박도 하나 샀다. 호박마다 가격이 껍질에 써져있는게 귀여웠다. 제일 예쁜걸로 내가 골라줬는데 1.50유로 짜리였다. 호박 좋아하는 엘라덕분에 버거씨는 호박을 양팔에 하나씩 끼고 따라다녔다. 

서양자두, 퀘치도 1 킬로 샀다. 실까봐 망설였더니 소녀가 시식해 보라며 수줍게 하나씩 건네줬고 맛을 봤더니 엄청 달다!? 
1킬로에 고작 1.50유로였다. 와... 정원에서 기른 유기농 퀘치 1킬로에 1.50유로라니 완전 득템이다. 
 
버거씨는 집 정원에 있는 퀘치도 안먹었으면서 이건 엄청 잘 먹음. 

오븐용 도자기 냄비도 하나 샀다. 안에 담긴 작은 그릇들 다 포함해서 3유로라고 하셨는데 엘라는 다 필요없으니 같은 가격에 냄비만 달라고 했다. 냄비에 두껑까지 덮으니 제대로 폼난다.  

 
알마는 이제 집으로 들어가서 아뻬로를 마시자고 했다. 
만삭인 알마를 일 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음식을 포장해 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알마는 벌써 집에 다 준비를 해 놨다며 아무것도 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땡볕에서 선인장을 팔고있는 가엾은 스테판을 혼자 남겨두고 우리는 시원한 집으로 들어갔다. 
 
스테판, 우리가 점심 갖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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