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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신 축하드려요~
어제 밤에 아들들은 돌아갔고, 어머니께서는 옆방에서 주무셨다.
다같이 아침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가 어머니께서는 이만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며 옷을 갈아입고 내려오셨다.
"벌써 가시게요? 제가 김밥 해드린다고 했잖아요~"
점심도 같이 먹고 가시라는 내 말에 어머니의 표정이 환해지셨다. 그냥 민폐끼치기 싫어서 일찍 가겠다고 하신거였나보다.
"그래 네가 원한다면 점심도 먹고 가야겠다. 네가 새로운 요리를 해 주는 모습을 구경하는것도 나는 너무 좋고 말이야."
어머니께서는 연어를 안좋아하셔서 그냥 캔 참치로 김밥을 하기로 했다.
버거씨가 며칠전에 밥솥을 사왔는데 영 별로다. ㅡㅡ; 그래도 없는것 보단 나으니까 뭐...

어머니께서는 이 하찮은(?) 밥솥을 보고 신문물을 대하듯 신기해 하셨다. 그냥 냄비로 밥하는거보다 아주 조금 더 낫답니다...
버거씨가 자기도 할 일을 달라길래 오이를 최대한 가늘게 채 썰어보라고 막중한 임무를 맡겨놨더니....

이르게 썰어놨네. 진짜 실망이다. 다음엔 그냥 내가 썰게.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마. 얼음!
깻잎이랑 상추도 넣었고 단무지대신에 어머니께서 직접 담으신 꼬니숑을 잘라서 넣었다. 밥에 간할때도 식초대신 꼬니숑 국물을 넣었더니 어머니께 자기도 나중에 똑같이 따라해 볼 거라며 잘 기억하겠다고 하셨다.

오이만 예쁘게 썰었어도 김밥은 더 예쁘게 말렸을텐데... 오이 모양이 너무 들쑥 날쑥이라 못난이 김밥이 많아졌다.

그래도 어머니께서는 크게 감탄하시며 좋아하셨다. 마치 고급 일식집에서 대단한 요리를 대접받고 있다고 여기시는 듯 했다.

기왕 자꾸 일식과 비교를 하시니 간장도 드렸다. 찍어드셔유 ㅎㅎㅎ 프랑스 사람들은 김밥 줄때 간장 안주면 서운해하더라고요...
(간장에도 꼬닝숑 국물을 섞었다.)
처음에는 왜이렇게 많이 만드냐며 버거씨랑 어머니께서 그만 만들어도 되겠다며 나를 말렸는데 역시나 김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었다. 두 사람다 어찌나 잘 먹는지. 열 줄 말았으면 열 줄 다 먹었을 것 같다ㅋ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모습도 구경하고 맛도 볼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맙다고 여러번 인사하시던 어머니. 맛나게 드셔주시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후식은 버거씨가 준비했다. 바나나 오트밀 케이크 한조각, 쿠키도우 아이스크림 한 스쿱 그리고 라즈베리-
버거씨는 이틀동안 어머니께 내 자랑을 쉴새 없이 하고 있었는데 떠나실 때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서로의 가치를 잘 알아주는 상대를 만난다는것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너희들은 정말 좋아보이는구나.
네 맞아요. 네 가치를 가장 높게 쳐주는 남자를 만난게 저는 정말 큰 행운이랍니다.
다음에는 김밥 더 맛나고 더 예쁘게 해드릴게요. 오이를 얇게 채썰어서 예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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