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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룩셈부르크까지 기차로 출근하는 프랑스인들

by 요용 🌈 2025.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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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티옹빌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기차가 텅텅 비었다. 사람이 너무 없고 조용해서 오히려 무서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기차가 메츠에 도착했을때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좀비떼에 쫒기기라도 하는 듯 엄청난 인파가 미친 속도로 기차에 들이닥친것이다. 

텅텅비어있던 기차가 꽉 차다못해 서 있을 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통로마다 빼곡해졌다. 이 모습 낯설면서도 익숙한데? (프랑스에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간만의 차로 좌석에 앉지 못한 승객들은 피곤한 눈을 감은채 졸면서 서있었다. 
잊고 살았는데 오래전 20대때 서울로 장거리 통근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안산에서 이태원 혹은 마포로, 버스에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집에서 넉넉히 두시간 잡고 나가야 했다) 출퇴근하던 그 시절. 그땐 다들 이렇게 사는줄 알아서 힘든줄도 몰랐고 힘들다고 말해 본 적도 없었다. 챗바퀴처럼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던 온통 회색같던 시절... 가끔 어둑어둑한 버스 승강장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있던 엄마를 봤을때 그때만 잠깐 반짝였던것같다. 
 

 
프랑스에서 룩셈부르크로 기차를 타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서울 지하철 풍경과 별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 재택근무를 하고있는 나 자신이 행운이라 여겨졌다. (아 물론 저 사람들은 내가 절대 부럽지 않겠지만 나 혼자 실컷 나를 부러워 함ㅋㅋㅋ) 
 
티옹빌역에서 캐리어를 끌고 내리는데 통로에 빼곡하게 서 있는 사람들이 안비켜줘서 "익스퀴제모아!!"를 위치면서 마구 돌진해야 했음ㅋ (진짜 서울 출퇴근시간 지옥철 생각나네) 
 
기차에 내렸더니 벌써 저 멀리서부터 길기도 긴 양팔을 활짝 펼치고 달려오는 아저씨가 보인다. 사람들이 다 돌아봄ㅋㅋ 

나 땜에 한 시간 일찍 일어나 출근전에 나를 데리러 나와준 버거씨다. 

낭시로 돌아간 지 하루만에 인터넷 때문에 다시 돌아온 여친덕분에 기분이 좋단다. 이번에는 특히 일주일 넘게 있게 되었네.. 
 
거실에 짐을 내려준 후 "이따 저녁에 봐~" 하고 차로 다시 돌아가는 버거씨. 그 뒷모습이 진심 즐거워보인다. 버거씨는 차에 오르다말고 다시 나와서 한국말로 "사랑해!" 하고 동네가 떠나가라 큰소리로 외치고 회사로 떠났다.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출퇴근 하면서 힘든줄도 모르고 치열하게 살던 20대 시절의 내 모습을 돌아보니 좀 안쓰럽다. 뭐가 중한줄도 몰랐으면서 다 안다고 착각했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내 모습을 미리 엿볼수 있었다면 큰 위로와 위안이 되었을것 같다. 이렇게 힘빼고 살아도 되는거였는데.

내 인생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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