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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주는 사람이 더 좋아한다

by 요용 🌈 2025.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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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넘게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비와 함께 가을이 제대로 왔다. 

거리에 사람들은 가을이 아니라 아예 겨울옷차림으로 꽁꽁 싸매고 다니는 모습이다. 

 

튜터링으로 바빠서 사실 외출할 시간도 없다. 

 

그나마 오전에는 좀 조용한데 낮부터 밤까지 거의 수업이 꽉 차있다. 

이렇게 빡세게 일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러고 있네. 

그래도 수업 문의가 꾸준한걸 보면 놀랍기도 하고 많이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수업이 많아져서 그런가 인터넷 상태가 너무 안좋다. 

 

사실 와이파이 없이 핸드폰 데이터를 300GB로 늘려서 핫스팟으로 수업을 해 오고 있었다. 날씨 탓도 있는것 같다. 뭔가 비가 올때마다 인터넷이 느려진다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챗gpt한테 물어보니 습도가 높아지면 인터넷이 느려질 수 있다고 한다. 역시 내 느낌이 맞았군.

 

아무래도 와이파이를 신청해야겠어... 

 

유선상으로 말했더니 버거씨가 인터넷으로 대신 신청해 주었다. 그리고는 설치비와 요금을 내 통장으로 바로 부쳐주는게 아닌가. 

 

"나 돈 있다고! 안 보내줘도 돼." 

 

"너 돈 있는거 알아. 넌 뭐든 혼자 다 하려고 하잖아. 내가 뭐라도 해 주고 싶어서 그래." 

 

한 술 더떠서 버거씨는 매달 와이파이 비용을 내 통장에 자동이체를 시키겠단다. 

 

"나 진짜로 부자될건데...." 

 

몇번 거절하다가 결국에는 졌다.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기분 좋아보여서 더는 못 말리겠네.

그나저나 와이파이 신청을 했는데 설치하는데 2주나 기다려야된단다.... ㅠ.ㅠ 그때까지 수업은 어쩌나. 상대방 네트워크가 안정적이면 별 문제가 없는데 학생 인터넷까지 안 좋은 경우에는 목소리가 한번씩 끊어져서 수업이 불편하다. 그리고 너무 미안해진다. 

 

"와이파이 설치 할 때까지 우리집에 와 있는건 어때?"

 

아... 그래야하나... 사실 안그래도 그 생각을 하긴 했었다. 

 

"내가 지금 바로 데리러 갈까?" 

 

아무때라도 달려오겠다고 말해주니 고맙기는 하네. 하지만 나는 밤에 수업이 하나 더 남아있다... 

 

결국 나는 다음날 새벽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버거씨는 내가 자기한테 의지를 안한다고 하지만 사실 버거씨만큼 나한테 큰 산처럼 든든한 존재가 또 어디 있다고... 

곤경에 처했을 때 이렇게 달려갈 수 있는 친정같은 곳이 나에게도 있구나. 

 

"그리고 너 요즘 수업이 너무 많은것 같아. 힘들잖아. 쉬는 시간을 좀 더 늘리는게 어때? 돈은 나 혼자 벌어도 두 사람에게 충분해..." 

 

응 말만 들어도 고맙다.

 

안그래도 휴식시간을 좀 더 늘리긴 했다. 특히 버거씨랑 같이 있는 주말에는 휴식시간을 더 많이 뺐다. 

 

힘들어도 아직까지는 재미있어서 괜찮아. 

 

새벽에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 한다. 오랜만에 또 새벽 기차를 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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