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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나는 티옹빌 공주가 된다
스파를 나오면서 시계를 보니 정오를 넘어가고 있었다.
배가 고파서 빨리 집에가자고 했더니 버거씨가 날씨가 좋으니 좋은 곳으로 나를 데려가고 싶다고 했다.
호텔 테라스에서 밥을 먹고 독일로 드라이브를 가자고 하길래 나는 너무 멀리 가기엔 좀 피곤하기로 하고 호텔 레스토랑은 비싸니까 근처 멀지 않은 곳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근처 셍겐에 맛있는 레스토랑을 예약하는데 성공한 우리는 바로 차를 그쪽으로 돌렸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사를 하기 어려운 프랑스.
그래도 테이블이 하나 남아있다니 어찌나 다행인지!

호텔에서 셍겐까지 차로 10분 정도밖에 안걸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셍겐 조약이 이뤄진 바로 그 셍겐이 맞다.

스텝들이 엄청 친절했다.
우리는 보통 식전빵을 안 먹는데 오늘은 배가 고파서 식전빵을 금방 헤치웠다.
올리브유에 적셔먹으니 꼬숩다.

새우 샐러드에 달큰한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어서 맛있었다.

햄버거를 반으로 잘라서 달라고 내가 부탁한 덕분에 깔끔하게 나눠 먹을 수가 있었다. 버거씨도 나처럼 메뉴를 두개 시켜서 같이 나눠먹는걸 좋아해서 다행이다.

햄버거도 맛나고!
배고파서 금방 순삭했다.
스파도 비쌌을텐데 밥값은 내가 내고 싶었다. 하지만 절대 안된단다.
버거씨는 다음달 본인 생일날 우리가 어디로 여행을 갈 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어디로 가는지는 안알랴준단다. 서프라이즈라고.
내 생일이 아니고 당신 생일이자나. 왜 나를 서프라이즈시키냐...
나 이미 서프라이즈드 했다. 효과 봤으니 이제는 말해줘도 된다... 열심히 설득해 봤지만 웃기만 한다.
"넌 그냥 몸만 오면 돼. 당일날 비행기 탈 때 알게 될거야."
"나 그럼 옷도 안가져가도 돼? 옷도 다 사줄꾸야?"
버거씨는 잠시 흠칫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남쪽으로 갈거야. 프랑스 남부처럼 온화한 곳이야. 20도 조금 넘을 듯...?"
아무리 나를 "보물"이라고 부르는 버거씨지만 옷을 몽땅 다 사달라는 말은 무서웠나보다.
버거씨 생일이 아니라 내 생일이 다가오는 듯한 착각이...
나를 웃게 하는게 자신의 최 우선 순위라고 말하더니 행동으로 진짜 보여주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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