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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인생 새출발

하루의 고단함을 날려버리는 순간

by 요용 🌈 2025.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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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실수였는지 수업 예약 가능한 슬롯을 잘못 열어놔서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무려 9시간이나 수업을 했다. 특히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연속 네시간을 수업했더니 더이상 말도 하기 싫어지네.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 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래도 또 대충 할 순 없으니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첫 수업처럼 대하자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수업했다. 

 

말할 기운도 없는데 버거씨로부터 화상 전화가 왔다. 

 

그냥 자기 전에 얼굴이나 잠깐 보고 싶었단다. 

 

내가 생각보다 너무 힘들게 일하는 걸 보니 돈이 궁해서 저러나 싶었던지 버거씨가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열심히 하고 또 너무 잘 해내고 있잖아. 하지만 나는 네가 일을 위해서 살게 될 까봐 걱정 돼. 그러니까 약속해줘. 네가 즐겁게 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겠다고. 어차피 나는 우리 두 사람을 경제적으로 책임질 능력이 돼. 그러니까 돈을 위해서 너무 많은 수업을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야. 물론 이게 너를 행복하게 한다면 나는 무조건 지지할거야." 

 

길게 말했는데 대충 요약하면 저런 말이었다. (뭐든 길게 말하는 재주가 있음)

엄청 진지하게 말하길래 방해없이 끝까지 잠자코 듣고 난 뒤 내가 조용히 말했다. 

 

"스위트하다... 고마워." 

 

아련한 표정으로 잔잔하게 미소 짓던 버거씨가 뒤이어 덧붙인 내 한마디에 빵 터졌다. 

 

"근데 우리 엄마도 화상 전화할 때 흥분하면 전화기를 그렇게나 흔들더라... " 

 

뭔가 스윗한 반응을 기대하고 있던 버거씨는 생뚱맞은 대답에 천장이 무너질 듯이 큰소리로 한참을 웃었다. 

아닌 게 아니라 버거씨가 손에 쥔 전화기를 어찌나 흔드는지 화면이 흔들려 멀미가 날 지경이었는데 우리 엄마가 딱 떠오르더라고.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오늘은 진지한 얘기를 꽤 힘주어 했던것 같다. 

 

시원하게 웃어재낀 버거씨는 눈물 콧물을 닦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넌 정말 웃겨. 나를 이렇게나 웃게 하는 사람은 너뿐이다 진짜." 

 

이 영광을 우리 엄마에게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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