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에는 금요일 저녁부터 버거씨네 집에가서 주말을 보냈다.
토요일날 수업이 아침부터 밤까지 무려 9개나 잡혀있어서 2층에서 수업하느라 버거씨랑 많은 시간을 보내질 못했다. 저녁 스케줄을 미리 막아놨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던것이다.
그런데 저녁에 두 시간을 연속으로 예약했던 인도 아저씨가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며 갑작스럽게 수업을 취소했다. 저녁 브레이크까지 포함해서 총 3시간의 휴식이 생겼다고 버거씨한테 자랑을 했다. (8시반에 마지막 수업이 하나 남아있었다;;)
"그래? 그럼 내가 저녁에 맛있는거 해줄게! 아니면 외식할까? 일식집? 아니다! 이러지말고 우리 룩셈부르크 나가서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하자!"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 시간은 고작 세시간 뿐인데 버거씨가 완전 신났다. 낮에도 같이 못놀아서 많이 아쉬웠던가보다.
"그래! 대신 마지막 수업에 늦지 않게 돌아와야 돼."
그렇게 우리는 후다닥 옷을 챙겨입고 룩셈부르크로 떠났다. 추울테니까 우리는 여러겹 껴입고 철저하게 동여맸다ㅋ
버거씨네 회사 근처에있는 작은 마켓을 먼저 마주했다.
예쁘당!!

그러고보니 룩셈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은 처음이구나.
날이 추웠지만 가족단위로 나온 인파로 가는곳마다 붐볐다.



근처에 있는 좀 더 큰 마켓으로 갔다.
사실 낭시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맨날 똑같은 메뉴만 봐서 큰 기대가 없었는데 처음 보는 메뉴들이 꽤 있네?!
우리 위장의 크기는 제한적이니까 신중하게, 맛있는 것들로 잘 선정해야 해.

처음 우리가 고른 메뉴는 바로 스페출레-
베이컨이 들어있어서 냄새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소스를 고를수 있는데 마침 내가 좋아하는 아라비아따 소스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버거씨가 두 개를 사자는걸 하나만 사서 일단 나눠먹고 다른거 먹으러 가자고 내가 말했다ㅋ

매콤한 아라비아따 소스를 한 국자 뿌리고 그 위에다 치즈가루를 뿌렸다. 몰캉하니 너무 맛있었다. 양이 꽤 많아서 하나만 사길 정말 잘했다.
이걸 먹으면서 주변 사람들이 뭘 먹는지 둘러보는 나를 보고 버거씨가 웃었다.
저 사람 먹는거 좀 봐. 저거 맛있어보여.
내 말을 들은 버거씨가 그 사람에게 직접 물었다. 맛있냐고 ㅋ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께서 그냥 저냥 평범하다고, 특별한건 기대하지 말라며 살갑게 대답해주셨다. 음 그럼 안되지. 다른거 먹자...
두번째 메뉴를 찾아 둘러보는 중 내 코를 자극하는 김치냄새ㅋ
역시 슈크루트였다! (독일식 양배추 절임)
속을 동그랗게 파서 만든 빵그릇에다 뜨끈한 슈크루트를 가득 퍼담는 모습에 홀려서 줄을 섰다. 줄이 꽤 길었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빵 두껑을 접시처럼 들고 먹었는데 빵이랑 맛의 조화가 너무 좋았다.
슈크루트에 햄과 감자를 같이 넣고 볶았는데 김치랑 흡사해서 입맛에 너무 잘 맞았다. 버거씨도 완전 대만족했다.

버거씨는 빵 안먹는다더니 내가 한입 맛보게 해 줬더니 눈이 뒤집혀서(?) 그릇을 다 뜯어먹네. 촉촉하니 양념이 배어서 더 맛있었다.

난로가 있는 실내에서 먹었는데 직원들이 치즈며 슈크루트를 준비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디저트를 먹을까싶어서 또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이동했다.
츄로스를 사먹으려다가 설탕이랑 누텔라를 보니 별로 구미가 안땡기네...
사실 딱 하나만 먹으면 몰라도... 나나 버거씨나 두 개 이상은 못먹을것 같네.

할머니 한 분이 뜨거운 음료위에 불이 붙은 마시멜로 같은 걸 얹어서 옆으로 지나가고 계셨다. "오 저거봐!" 하며 내가 쳐다봤더니 할머니께서 그게 뭔지 설명해주셨다. 근데 우리 둘 다 뭐라고 뭐라고 하신지 못알아들었다; 프랑스어는 확실히 아니었음 ㅋ
그러는 사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 되었고 우리는 디저트는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짧아서 더 즐겁고 아쉽게 잘 놀았다.

버거씨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러 조만간 스트라스부르랑 독일에도 가 보자고 했다.
거긴 또 메뉴가 다르겠지? 좋은 생각이야!
주말 수업을 줄여야겠다. 낭시 크리스마스 마켓도 틈나는대로 즐겨야지.
나 원래 겨울 싫어하는데 크리스마스 마켓 덕분에 조금씩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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