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썸머세일 쇼핑기

by 낭시댁 2019. 7. 10.

마침 프랑스 썸머세일 기간이라 어느날 아침 자서방이 ​쇼핑하러 나가자고 했다. 

날씨도 덥고 사람들도 몰릴 지 모르니 가게들이 오픈하는 오전 10시에 맞춰서 나가는게 좋겠다고- 

둘이서 간만에 트램을 타고 외출을 했다. 

9시 55분 쯤에 도착했는데 자라 앞에 사람들이 벌써 저렇게나 많이 모여있다. 

"당신은 정말 행운인줄 알아. 내가 오늘 돈다발을 가져왔으니 오늘 하루는 원하는건 뭐든지 사줄게" 

자서방은 입을 길~게 찢으며 뿌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점심때까지 여러군데를 돌았지만 내가 고른거라곤 딸랑 주황색 민소매 셔츠 하나뿐이었다. 

우리가 자주가던 식당 Restaurant Les Pissenlits에서 점심을 먹었다. 감바스를 먹으려고 했지만 자서방이 감바스는 다음에 사줄 테니 오늘의 요리인 훈제햄을 꼭 먹어봐야 한다고 주장을 해서 감바스는 다음으로 미루었다. 

올때마다 먹어본거 잖아.. 이집에서 잘하는 요리가 바로 이 훈제햄이랑 파스타가 함께 나오는 빵에 담긴 크림스튜.. 

암튼 맛있게 먹었다. 

"원하는거 다 사준다고 했는데 고작 티셔츠 하나야? 다음에 한번더 쇼핑 오자. 그때는 진짜 제대로 골라야 돼. 내가 또 언제 이렇게 인심좋게 나올지 모르니까 기회 있을때 활용하라고-"

"진짜 마음에 드는게 그거 밖에 없었어. 그리고 이렇게 남편이랑 둘이서 외식하는게 더 좋고"

집에 왔더니 시어머니께서 내가 고른 옷이 예쁘다며 꼭 태국 스님 옷 같다고 하셨다. 

며칠 후 우리는 다시 썸머세일 쇼핑을 위해 시어머니와 함께 외출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시어머니께서는 자꾸 비싼 부티크만 데리고 들어가셨다. 엄청 비싼...;; 

가격은 신경쓰지 말고 일단 입어나 보라며 시어머니와 자서방이 오히려 더 성화셨다. 정말 마음에 들면 몰라도 애매하게 마음에 드는데 이렇게 비싼걸 사고싶지는 않았다. 

"망고나 자라로 가보면 안될까요?"

시어머니가 그럼 브티크 두군데만 더 들르자고 하셨는데 알고보니 본인 옷을 고르고 계셨던 것임.....ㅎㅎ

결국에 내가 원하는대로 중저가 샵들로 가서 드레스 두벌을 샀다. 근데 그 두개 모두 자서방이 골라준 것들이다. 내가 고르지도 않고 대충 훓어보기만 한다며 본인이 직접 골라 와서 피팅룸으로 계속 갖다 주었다. 

"남편 여자옷 보는 눈이 늘었구나?"

"내가 이렇게라도 안했으면 넌 아무것도 안샀을거잖아"

아무래도 시어머니와 함께 쇼핑을 한다는것은 편치가 않았다. 나때문에 많이 걷게 되는것도 죄송하고... 눈치없는 남편...

쇼핑을 마치고 시어머니께서 점심을 사주셨다. 

요 앞에 봐두신 레스토랑이 있다며 한번 가보자고 하셨다. 

나는 탄투리 치킨이 얹어진 샐러드를 주문했고 자서방은 스테이크를, 시어머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를 시키셨다. 맛보라고 조금 썰어주셨는데 맛이 없었다. 역한 냄새.... 돼지 내장을 소세지처럼 만든거란다. 우엑... 시어머니는 웃으시며 내가 용감하다고 하셨다. 뭔지도 모르고 덥석 먹는건 자서방한테는 있을수 없는 일이니..

 

"내가 뭐든 다 사준다고 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못 골랐구나? 가방이든 신발이든 더 필요 한거 있음 사줄게"

"그럼.. 나 집 사줘. 시댁 근처에 정원 딸린걸로"

시어머니는 고양이도 두마리 추가하라고 하셨지만 그건 내가 말 안해도 자서방이 추가 할테니ㅎㅎㅎ 

 

자서방아 돈 있으면 저축하자... 쇼핑은 이제 충분하다..

감바스 먹으러나 가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