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봉쇄 중 시어머니와 동네 산책하기

by 낭시댁 2020. 5. 12.

시어머니께서 오늘은 날씨도 좋고 장볼거리도 없으니 산책이나 가자고 하셨다.

참고로 봉쇄중이지만 집 1km 안으로는 산책이 가능하다.

시어머니께서 만드신 수제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섰다.

내 외출증을 작성해 준 자서방은 대문까지 따라나와서 우리 사진을 찍어주었다.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주라며-

친절한 자서방

같이 산책나가면 더 좋은데 자긴 뱀파이어란다..

요즘 산책이나 근처로 잠깐 나갈때 나는 kf94마스크 대신 수제 마스크를 쓰고있다.

첫째로는 봉쇄후 출근하게 되는 자서방을 위해 마스크를 아껴놓고싶기때문이고
둘째로는 이곳에서 이런 디자인의 마스크가 생소해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느낌적인 느낌이...

이따금씩 버스가 지나갔는데 대부분 텅텅 비어있었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드라이버는 한명도 못봤다...

아이고...

 

 

한시간 넘게 동네 곳곳을 걸어다녔다.

예쁜 집들과
집집마다 예쁘게 뿌며 둔 화단을 구경했고

아니 아주머니께서 운영하셨던 피부과도 알려주셨고

자서방이 다닌 학교, 수영장 그리고 예전에 살던 집 등등을 둘러 보고 옛날 이야기들을 들려주셨다. 

 

 

“ 이 가게는 한번에 두명까지만 들어갈 수 있고 이런 플라스틱 얼굴 가리게를 판매하고 있다고 써져있단다”

가게 주인이나 직원들은 다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고 계산대에 비닐을 둘러서 직원과 손님이 직접 대면하지 않게 하는 곳들도 있었다.

 

 

 이렇게 창밖에 의료진들을 향한 고마움을 표현한 집들도 보였다. 

 

 

공원은 봉쇄중 닫혀있어서 안타깝게 못들어갔다. 

 

 

급한일도 없으니 느긋하게 다니며 눈에 보이는 모든것을 감상했다. 

 

 

시어머니께서는 “나오니까 너무 좋지않니?” 하시며 프랑스어 문장을 알려주셨다.

“Ça fait du bien de sortir.”
(외출하는건 기분을 좋게해.) 

영화를 보는것은-, 먹는것은-, 수영장에 가는것은-, 등등의 문장으로 응용하며 반복연습을 시켜주셨다.

반복연습 후 자심감을 얻은 나는 새로운 응용 문장을 만들어보았다. 

"Ça fait du mal d'avoir un mari péter toujour." 
(항상 방구를 뀌는 남편이 있는건 기분 나쁜거야) 

우리시어머니는 훌륭하다며 손뼉치며 칭찬을 해 주셨다.

 

 

 

길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해가 잘 드는곳에 나와있는 사람들은 꽤 보았다.

 

 

큰집들이 밀집돼 있는 동네를 지날때 였다. 

커다란 정원과 예쁜 양식을 부러워하시던 시어머니는 나더러 꼭 나중에 돈 벌어서 저런 집 하나 사라고 하셨다. 

글쎄요...
돈도 없지만 저는 저런 크고 오래된 집은 관리할 자신이 없습니다..

 

 

 

 

저집앞에 지날때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자서방이 학교다니던 시절 이집에서 베이비시팅을 했었다고- 

저녁마다 이집 주인아저씨가 자서방을 집까지 태워다 줬는데 집에 올때마다 좋은차를 타고 왔다며 신이 나 있었다고 하셨다. 

자서방도 나에게 몇번 들려주었던 이야기였다.

굉장히 친절한 부자가족이었고, 일할때 너무 재미있었다고 자주 말해주었었다. 

여기였구나..

 

자서방이 어릴적 살아온 동네들을 둘러 보면서 어릴적 자서방의 모습도 떠올려보았다.

그때의 자서방은, 자신이 커서 동남아에서 10년을 살고나서 동양인 와이프와 다시 고향에 돌아와 정착을 하게 될 줄은 몰랐겠지.

 

나는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

한번씩 꿈을 꾸고있는 기분을 느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