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어머니의 내맘대로 불어교실

by 낭시댁 2020. 5. 20.


자서방과 시어머니는 일상속에서 나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쳐주기 위해 항상 애쓰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서로 큰 차이가 있다.

자서방은 언제나 내 말이 끝날때 까지 기다려 주고, 더 쉬운 단어들을 선택해서 반복해서 말해 주고, 또 내가 더 많은 말을 프랑스어로 하도록 유도한다.

반면 시어머니는 말도 빠르시고 대부분 혼자 할 말을 다 하신다. 내가 이해 못했다고 말하면 그냥 영어로 다시 말씀을 해 주신다.

자서방은 항상 시어머니께 그러지마시라고 진지하게 당부을 드린다. 나랑 대화할 때는 천천히 말해주고 더 쉬운 단어들을 선택해야 하고 또 내가 천천히 말하니까 내 문장이 끝날때 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시라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 시아버지께서도 이제는 쉬운 문장들로 나에게 말을 걸어주신다.



봉쇄 중 맨 처음 시어머니께서 나더러 마트에 가자고 하셨을때 나는 좀 망설였었다. 

“왜~? 뭐가 걱정되는거니? 샤워 안하는 프랑스인들이 많은 마트에 가는 게 겁나는거니?”

그말을 들은 자서방이 프랑스어로 천천히 나에게 말했다.

“통계에 의하면 74%의 프랑스인들은 매일 샤워를 해.”

프랑스어로 숫자를 세는건 여전히 짜증난다.
74를 프랑스어로 말하려면 60+14로 말하기 때문이다. (94였다면 40x2+14임 ㅠ. ㅜ)

내가 머릿속으로 숫자들을 생각하고 있을때 시어머니는 옆에서 불쑥불쑥 영어로 답을 알려주셨다.
그럴때마다 자서방은 인상을 쓰고 시어머니께 차라리 다른데로 가시라고 하지만 시어머니는 내 프랑스어 수업에 관심이 많으시므로 절대 자리를 떠나지는 않으신다.

자서방은 계속해서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프랑스어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니까 매일 샤워를 하지 않는 프랑스인들은 26% 라는거지. 이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수치야.”

자서방 덕분에 퍼센트를 불어로 말하는 방법을 제대로 외우게 되었다. 영어와 어떻게 비슷한지 덕분에 잘 깨우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자서방은 프랑스인들이 역사때문에 지금까지도 샤워에 대한 오해를 받고있다고 강조강조..


서방은 시어머니가 나와 대화할때 자꾸 말씀을 빨리 하셔서 내가 힘들겠다고 하지만 정작 나는 별 생각이 없다.
뭐 알아듣는것만 대답하고 모르는건 못알아듣고 넘어가는거지뭐-ㅎㅎㅎ 자꾸 그러다보면 시어머니도 내 한계를 더 잘 알게 되실거고말이다ㅎㅎ


요즘 자서방의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어느날 시어머니께서 티비를 보시다가 “데귤라스!!!” 하고 격하게 소리를 치시길래 내가 그거 무슨뜻이냐고 묻게 되었다.

자서방은 그런말은 알 필요 없다며 가르쳐주지 않았다.

잠시 후 구글검색기를 돌리신 시어머니의 핸드폰으로 부터 한국인 남자성우의 다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역겨운”

아하~

나는 그렇게 유용한 욕을 몇개나 배웠다. 쀼땅 데귤라스 삭까멜..



자서방은 시어머니께 항상 불평한다.

“제발요... 쟤는 안좋은 말은 한번만 들어도 안잊어버린단말이에요.”

그렇다.

나도 잘 모르겠다. 왜 나쁜말은 절대 안 잊혀지는지.

나는 티비를 보다가도 혹은 내가 뭘 쏟을때도 “데귤라스!”를 나직하게 외친다.

시어머니께서 칭찬을 해 주시기때문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