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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허브가 싫어요” feat. 타불레

by 낭시댁 2020. 5. 24.


오전부터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오늘은 네가 타불레를 만들어보지 않겠니?”

“네~”

“타불레 먹어본적 있니?”

“네 회사에서 몇번 먹어봤어요. 근데 쿠스쿠스랑 뭐가 다른거예요?”

“타불레는 야채랑 건포도같은걸 섞어서 여름에 차게 먹는 요리란다. 원래는 semoule(세몰리나)로 만들어야 하는데 어제 장볼 때 중간사이즈를 구하지 못했으니 오늘은 그냥 쿠스쿠스로 만들거야.”


아침에 시아버지께서 정원에서 민트랑 파슬리를 잔뜩 뜯어놓으셨던데 이거때문이었나보다.

난 허브를 안좋아한다....


시어머니께서는 내가 민트나 코리엔더를 안좋아하는걸 아셔서 왠만하면 잘 넣지 않으시는데 오늘은 넣을거라고 하시며 말씀하셨다.

“이걸 왜 안좋아하는지 모르겠구나. 이렇게 향이 좋은데!”

할말이 없습니다.... 그냥 싫은걸요...

“넌 처음에 까망베르도 안좋아했잖니. 근데 이제는 좋아하지? 허브도 조금씩 먹다보면 좋아질거야! 프랑스인들은 허브 다 좋아해!”

“저는 한국인이거든요.”

이궁..

사실이긴 하지만.. 좀 당돌하게 대답한 것 같다. 



아무튼 요리를 이어가는 와중에 스웨덴에 살고있는 시동생 브루노로부터 전화가 왔다.

시어머니는 노트북 스크린의 응답 버튼을 열심히 누르셨고 젖은손이라 클릭이 안되나보다 싶어서 나는 마른손으로 열심히 화면을 클릭해서 도와드렸다.

거실에서 시아버지께서 시어머니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받으신 후 우리는 깨달았다. 노트북은 스크린터치가 안된다는것을 ㅋㅋ 그렇게 같이 깔깔 웃었다. 서로를 탓하며 말이다 ㅋㅋㅋ (시어머니와 사이가 너무 가까워졌다... 걱정될 정도로;;)  

시아버지는 브루노에게 내가 타불레를 만들고 있는중이라고 하셨는데 시동생의 대답이 크게 들렸다.

“오, 한국식 타불레요? 좋네요!”

우리가 웃기만하고 아무도 대답을 안했더니 브루노는 스스로 깨달았다.

“아, 아니군요”

타불레는 요리할때 불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그냥 쿠스크스와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레몬즙과 함께 야채 (파프리카, 토마토, 오이)와 허브(파슬리, 민트)를 섞기만 하면 끝- 

오븐에서 제법 완성된 돼지다리와 감자구이를 확인해 보시며 고기즙을 감자위에 끼얹으셨다. 

 


돼지구이와 감자는 언제먹어도 환상의 요리다. 타불레와 샐러드를 함께 먹으니 더 완성된 맛이 탄생했다.

“네가 만든 타불레 맛이 어떠니?”

“뭔가 굉장히 날것의 맛이예요.”

“그렇지 다 날것이 맞으니까~”

"허브가 너무 많아 들어가서 저는 좀... 그래도 다른 음식들이랑 먹으니 맛있네요" 

 

몸에 좋은건데 자서방이 잘 먹어서 좋았다.

“남편 오이도 잘 먹네? 이거 내가 나중에 많이 만들어 줘야겠다”

“좋아~ 대신에 허브는 아주 조금만 넣어도 돼”

이렇게 우리끼리 절충안을 만들었다.

살다보면 허브도 좋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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