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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블루베리 (myrtille) 타르트를 먹으면..

by 낭시댁 2020. 5. 22.

오후에 시어머니께서 밀가루를 반죽하시고 냉동실에 잔뜩 있던 블루베리를 몽땅 부어서 타르트를 굽고 계셨다.
myrtille(미흐띠으) 라는 산블루베리라고 하셨는데 사이즈가 약간 작은 모양이다. 

이걸로 시어머니는 지하실에 잼도 잔뜩 만들어 두셨는데 나는 그걸 플레인요거트를 먹을때 섞어먹는다. 

그런데 타르트에 저렇게까지 듬뿍 올리시다니..

오븐에서 익어가는 모습이 흡사 용암이 끓어오르는 비주얼이었다.

다 익고나니 블루베리들이 다 쪼그라들었다.

저녁식사 후에 후식으로 한 조각씩 먹었다.

자서방은 혼자 식사를 덜 마친 상태라 (맨날 혼자 오래 앉아서 먹고 있다) 거절했고 난 배가 불러서 작은 조각으로 부탁 드렸다.

“우와 블루베리가 정말 듬뿍들어갔네요.”

“그렇지? 설탕을 좀 넣으면 더 맛있는데 일부러 아무것도 안넣었단다. 건강하게 만들고싶어서.”

“아니에요. 전 이게 더 나아요. 맛있어요.”

이런걸 제가 어디가서 먹어보겠어요.... 요즘 나 정말 호강한다.

 

시어머니와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자서방이 나에게 말했다.

“혀 내밀어봐.”

“메롱~ “

메롱을 받고도 자서방이 큭큭거리며 웃었다.

“왜?”

“예뻐서”

그래 뭐 그런거라면 웃어야지...

“한번 더 내밀어봐...”

“메~롱”

“큭큭 우리 두번째 만났던 날이 떠오르네. 그날 와인 마시고나서 와이프가..”

으응..?

자서방과 두번째 만났던 날 우리는 와인을 마셨는데 내가 그날따라 수다가 좀 심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거울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와인때문에 입술이 보라색으로 잔뜩 물들어 있었던것이다. 그 저승사자 입술로 첫키스까지 했음 ㅋㅋ
당시 자서방은 내 입술 색이 변한지도 몰랐다고 시치미를 뗐었는데 시간이 흘러서는 내 보라색 입술과 끝없던 수다에 대해서 두고두고 말하고 있다...


“내 입술 지금 보라색이야?”

자서방 끄덕끄덕

그리고 맞은편에 앉은 시부모님의 입을 쳐다보다가 웃음이 빵 터졌다.

저승사자로 변한 두분께서 타르트를 맛있게 드시고 계셨다. 그런데 이분들은 나를 보며 웃으신다.

“저기요.. 두분도 저랑 다르지 않거든요?”

알고있다며 웃으셨다.

다같이 웃다말고 자서방이 나더러 빨리 가서 거울 보면서 웃어보란다. 또 나는 그말을 듣는다. 보라색을 넘어서 완전 호러스럽게 시커멓다.

오메.. 이도 까매졌네..

이래서 시부모님이 입을 가리고 웃으셨구나. 나만 그리 좋다고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네..


다음날 아침에 나와 시어머니는 아침 식사로 남은 타르트를 마저 먹으며 사이좋게 아침부터 함께 저승사자가 되었다.

뒤늦게 내려온 자서방을 맞이하며 시커먼 입술을 쭈욱 내밀며 당당하게 모닝키스를 요구했다.

“또 먹은거야? ㅎㅎㅎ”

자서방은 웃으면서도 내 섹시한 입술을 맞아주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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