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어머니의 피자가 불만스러운 자서방

by 낭시댁 2020. 5. 29.

 

아마 시어머니의 요리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자서방일 것이다.
방콕에 살때 일년에 한두번 프랑스에 휴가를 다녀올때마다 몸무게가 점프를 하고 한동안 엄마음식에 향수병을 앓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자서방이 오늘 시어머니의 수제 피자에 불만을 품고 입이 가득 나와버렸다.

 

 

시어머니께서 반죽 하시는것도 보여주시고 열심히 틀에 맞춰서 도우를 깔고 토마토소스와 집에 있는 재료들로 토핑을 정성껏 깔았다.

치즈를 먹지않은 자서방의 피자는 따로 만들어서 먼저 구우셨다. 양파, 베이컨, 마르게즈소세지, 파슬리가루와 올리브유를 뿌렸다. 치즈가 없으니 좀 허전하지만 그래도 토핑이 듬뿍 올라가니 나름 먹음직해 보였다.

자서방의 피자가 구워지는 동안에 우리가 먹을 치즈 피자도 만들었는데 그때 시어머니께서 아차하시며 말씀 하셨다.

“저런! 치즈만 빼는건데 깜빡하고 올리브까지 빼버렸구나!”

자서방 올리브 좋아하는뎅....

자서방의 피자가 오븐에서 나왔을때 자서방의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

올리브때문이 아니라 너무 타서 ㅋㅋㅋㅋ

시어머니와 나는 그냥 못본척 했다. ㅎㅎ

 

 

두번째로 오븐에 들어간 우리 피자는 올리브와 치즈도 올라가고 알맞은 온도로 먹음직스럽게 구워져나왔다.

나란히 놓고 보니 자서방의 피자는 클로즈업해서 사진을 찍을 몰골이 아니었다. ㅋㅋ

 

 

크게 한덩이를 잘라서 샐러드와 함께 먹었다.

자서방은 올리브가 없는 파삭파삭한 피자를 파삭파삭ㅋㅋㅋ 불만스럽게 먹으면서 계속 투덜거렸다.

시어머니께서 본인이 들고 계신 피자를 가르키면서 자서방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마르게즈 보이니? 니 와이프가 꽤 많이 잘라 넣었는데”

“뭐가 뭔지 분간이 돼야 말이죠-“

모두들 애써 외면하고있던 자서방의 피자를 쳐다보고 나서 다같이 큭큭하면서 웃었다. 정말 다 까매서 뭐가 뭔지 ㅋㅋㅋ

피자위에 마치 쑥뜸처럼 까맣게 탄 점점들을 가리키며 내가 말했다.

“요기 요기가 마르게즈 소세지야.”

자서방은 굳은 얼굴로 그저 고개를 절래절래 할 뿐이었다.  

그래도 자서방은 일어나서 나를 위해 콜라를 가져다 주었다. 피자 먹을때 내가 콜라를 같이 즐기는 걸 기억하고 있는것이다.

“이건 슈가프리에 카페인프리니까 맘놓고 마셔도 돼”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볼에 입을 맞추고 자리에 앉더니 다시 인상쓰고 마른 피자를 파삭거리며 씹기 시작했다.

시어머니는 자서방의 피자를 한조각 뚝 끊어서 (칼로 안 잘라짐) 맛을 보시더니 “나쁘지 않네” 라고 하시더니 웃음을 애써 참는 얼굴을 하셨다. 나는 그 표정을 보고 대 놓고 웃음 ㅎㅎㅎ

요즘 시어머니께서는 자서방이 너무 많이 먹는다며 자서방이 먹고 있는 도중에 음식들을 냉정하게 치워가곤 하시는데 이번에는 자서방이 남김없이 파삭거리는 피자를 다 먹도록 해 주셨다 ㅎㅎ

그리고 시어머니께서 자서방에게 약속하셨다.

“다음에는 내가 올리브도 잊지 않고 토핑도 많이 올려서 안태우고 맛있게 구워줄게”

피자를 워낙 좋아하는데 그래서 더 실망한 자서방은 시어머니의 약속을 듣고도 얼굴을 펴지 않았다. 

툴툴거리는데... 귀엽다...ㅎㅎ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