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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거실유리천장 청소하는 날

by 낭시댁 2020. 5. 28.

봉쇄가 끝나고 시부모님께서 오전에 사이좋게 미용실에 가시던 날 시어머니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도 같이 가자. 끝나고 시장 구경도 할거야"  

"아니에요. 그냥 집에 있을게요. 혹시 점심 준비 해 놓을까요?"

"아니야. 준비 할 것도 없어. 샐러드까지 내가 벌써 다 준비해 놨어." 

"그럼.. 혹시 다른 집안일 할 거 있음 알려주세요."

"고맙지만 괜찮아."

그래도 내가 계속 정말 아무나 할일이 있다면 시켜달라고 말씀드리자 시어머니께서는

"정 하고 싶으면...." 

하시더니 천장을 올려다 보셨다.

"저거나 닦던가..."

자서방이 낄낄 웃었다. 

테라스 앞에 있는 거실은 베란다를 확장해서 만든 공간인데 천장을 통유리로 하셔서 시원하게 하늘이 훤히 보인다. 

시어머니께서 너무 좋아하시는 공간이지만 자서방은 항상 청소며 단열등의 이유로 통유리로 한 건 좋은 결정이 아니었다고 말하곤 한다.

"네, 뭐 못할게 뭐 있어요. 사다리 놓고 올라가면 되잖아요?"

"농담이란다~  위험해서 안돼. 전에 여기 청소하던 여자 봤지? 며칠 있다가 부를거야. 엄청 날씬하거든. 호호~"

자서방은 옆에서 내가 뚱뚱해져서 안되는거라고 했다. ㅡㅡ;



그러다 오늘 드디어 날씬한 그녀가 왔다.

오전 8시 부터 장장 4시간이나 청소를 했다; 

 

 

일년치 묵은때가 말끔하게 씻어져내려갔다. 

하늘이 맑아지니 정신도 맑아지는 기분!!

 

 

천장 유리만 닦는게 아니었다. 

 

 

파라솔까지 펼쳐서 묵은때를 다 닦아 주었다. 

 

 

시어머니께서는 일년에 한번씩 이렇게 천정유리를 청소하시는데 일회당 비용이 200유로라고 하셨다. ㅎㄷㄷ...

"내년에는 정말 제가 살빼서 할게요~" 

내년에 내가 청소하려면 미리 요가도 좀 해 둬야 할 것 같다. 

진심으로 그녀가 청소하는 모습을 기억해 두기 위해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는 나를 보며 식구들은 웃었다. 

마무리도 꼼꼼히 하는걸 보니 시어머니께서 그녀를 좋아하시는 이유를 알겠다. 

내년에는 제가 할거에요.. 일거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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