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스에서 화목한 저녁식사

자서방이 첫 출근을 하던 날이었다. 

10년만에 예전 직장으로 다시 출근하게 돼서 자서방은 꽤 긴장을 했고 나도 그날 걱정을 많이 했다.

시어머니께서는 "다들 하는 첫출근이 대수냐, 다시 배울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운인지를 먼저 봐라!" 하며 냉정하게 말씀하시곤 하셨지만 그래도 속으론 걱정을 많이 하신 걸 나는 알고 있다. 

마침내 자서방이 퇴근을 해서 돌아왔을 때 나는 시어머니와 테라스에서 빨래를 게고 있었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자서방의 피곤한 얼굴을 보고서 나는 왜 갑자기 혼자 설레서 얼굴이 빨개진걸까.

맨날 한 이불속에서 방귀테러하는 남편인데 딱 한나절 못보다가 다시 보니 이렇게 설렐수도 있구나. 역시 맨날 붙어 있으면 안된다니까.. 

시어머니께서는 이날 자서방이 좋아하는 요리를 하셨다. 특별한 요리는 아니고 자서방은 바게트, 와인, 그리고 감자+마요네즈만 있으면 메인 요리가 뭐든 다 좋아한다ㅎㅎ

 

 

해가 길어져서 저녁 8시가 넘어도 아직 대낮이다. 

대신에 꽃향기는 점점더 짙어지는 시간이다-

 

 

각자 테이블로 하나씩 날라오다보니 저녁식사테이블이 금새 뚝딱 차려졌다.  

 

 

소세지! 

비슷하게 생겼지만 세가지 소세지가 섞여있다. 

치포라타- 이건 허브가 섞인것과 허브가 없는것 두가지가 있는데 둘다 맛있다. 

마르게즈- 빨간색 소세지인데 매운맛이다. 북아프리카 무슬림들이 먹는거라 주로 양으로 만든다고 한다. 토끼로 만든것도 먹어봤는데 기름기가 없어서 살짝 퍽퍽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식사하면서 모이를 먹으러 날라드는 새들을 감상하고 있었는데 이스탄불은 우리보다 더 열심히 새를지켜보고 있었다.

 

 

잡지도 못할 거면서 한번씩 움찔움찔하는 통에 오는새들도 다 쫒아낼 판이다. 왜저리 집착하는지ㅎㅎ
오랫동안 계속 저러고 쳐다보고 있었다.  

 

 

마르게즈 소세지 하나 치포라타 소세지 하나

감자는 스팀오븐에서 먼저 익힌 후에 잘라서 오리기름과 약간의 소금과 함께 후라이팬에 겉이 바삭바삭해 지도록 노랗게 익히셨다. 저기에 마요네즈를 찍으면 게임 끝-
프랑스는 마요네즈도 더 맛있다. 노란색인데 맛도 더 고소하다.

바게트와 와인은 거들 뿐-

 

 

식사 후에는 후식으로 딸기와 파인애플을 먹었다. 저 파인애플은 내가 잘랐다 음하하~  

우리가 후식을 먹는 동안에도 자서방은 언제나처럼 남은 소세지와 감자를 클리어 하고 있었다.
오늘은 시어머니께서 자서방이 원하는대로 맘껏 먹게 해 주셨다.

첫출근을 다녀왔으니까~ :)

저녁해가 길어지니 낭만도 느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