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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변비탈출을 위한 프랑스 시어머니 비법

by 낭시댁 2020. 6. 7.

얼마전 시어머니와 그헝프레라는 마트에 갔을때였다. 

계산을 위해 줄을 서 있는데 옆에 플럼 (말린자두)가 있는 걸 보시곤 하나를 집으셨다. 

"이거 너한테 필요한거구나. 하나 사가자." 

전에 변비가 있다고 해서 섬유질 파스타도 몇번 만들어 주시더니 아직도 잊지 않으셨나보다. 

"아니예요. 저 이제 괜찮아요. 그리고 플럼 너무 셔서 저는 별로 안좋아해요."

"내가 시지 않게 만들어 줄게. 일단 먹어봐." 

"만든다구요? 저거 그냥 먹는거 아니에요?" 

"차를 끓여서 거기다 담굴거야. 나 믿지? 맛있으니까 믿고 먹어보렴." 

그렇게 6유로를 주고 플럼 한통을 사 들고 집에 왔다.

그날 오후에 다이닝룸 (나는 식사시간 이외에 이곳을 내 도서관이라고 부른다.) 에서 프랑스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상한 냄새가 났다. 냄새가 점점 진해지고 있었지만 시어머니께서 오늘도 뭔가 새로운 요리를 하시나보다 하고 말았다. 

잠시후 화재경보가 쩌렁쩌렁 울렸고 나는 부엌으로 곧장 달려갔다. 

부엌은 연기로 자욱했고 냄비에는 정체 모를 뭔가가 시커멓게 바싹 타고있었다. 

얼른 인덕션에 불을 끄고 냄비에 물을 부었다. 

시어머니께서도 달려 오셔서 거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기 전에 연기 차단을 위해 부엌문을 닫으시고 반대쪽으로 환기를 시키기 위해 내가 테라스문을 활짝 열었다. 

"오.. 내가 깜빡 잠이 들었나보구나.."

"저는 사실 아까부터 냄새가 났는데 어머니께서 새로운 요리를 하시나보다 했거든요.;;" 

"플럼이 다 타버렸어.. 너 주려고 만든건데 다 버리게 생겼구나.." 

 

 

뒤늦게 내가 물을 부었건만 여전히 타는 냄새가 심했다. 

"아니에요. 버리지 마세요. 위에있는거는 먹어도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시어머니는 냄비를 들고 밖에 있는 거름통으로 향하셨다. 나는 잼싸게 하나를 건져서 먹으면서 버리지 마시라고 말렸지만 시어머니는 새로 만들어 주시겠다며 나가버리셨다.

하필 자서방이 그때 들어왔다.

역시 개코 자서방이라 오자마자 킁킁 거린다.

"와이프 또 무슨 사고 쳤지?"

"응.. 내가 쳤어."

"그래 니 와이프가 사고 쳤지. 호호호"

자서방은 물었지만 우리는 둘다 아무 설명도 해 주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어제 아침에 시어머니께서 새로 만드셨다며 냉장고에서 플럼을 꺼내 보여주셨다. 

"이거 새로 사와서 어제 만들었다. 뜨거운 얼그레이차에 플럼을 담군채로 한나절 상온에 뒀다가 밤에 자러가기전에 냉장고에 넣어둔거란다. 먹어보렴. 이번에는 내가 안태웠지. 호호" 

매일 아침에 한두개씩 먹으라고 하시며 하나를 담아주셨다.  

 

 

예전에 싱가폴에 살때 룸메이트가 변비때문에 플럼을 먹고 있어서 따라 샀다가 너무 셔서 다 먹지 못하고 친구를 줬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건 차에 담겨있어서 시지도 않았고 식감도 부드러워서 먹기에 좋았다. 

뜨거운 얼그레이차에 플럼을 담구기만 하신거라고- 

 

오늘 아침에는 두개 먹었다. 

오늘도 잘 부탁한다- ㅎㅎ

 

 

언제나 감사합니다. 플럼말고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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