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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댁에서 매일 살림 득템 중

by 낭시댁 2020. 6. 10.

며칠전 해가 화창한 오전이었다. 

자서방은 출근하고 나는 테라스에서 시어머니와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해가 정말 좋구나. 오늘 뭐 빨래할 거 없나...?" 

곧 시어머니께서 무슨 생각이 떠오르셨는지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 같이 할 일이 있다고 하셨다. 

지하실로 나를 데리고 가신 시어머니께서 세탁기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내가 커피 마시는 동안 이미 시어머니께서는 장농에 쌓아두셨던 주방용 수건들을 산더미 같이 가져다 놓으셨다.  

"이 세탁기 너희 줄거야. 근데 다 프랑스어로 돼 있으니 사용법을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지하실에 두긴했지만 빨래감이 많을때는 가끔씩 사용하고 있는거란다. 그리고 접시닦는 수건도 내가 많이 가지고 있으니 빨아서 골라 주려구." 

오호~ 세탁기 득템~ 

"난 세제를 많이 사용하는걸 좋아하지 않는단다." 라고 하시며 실제로는 세제를 마구 쏟아 붓고 계신 시어머니;; 

"그거... 조금 넣으신거에요?"

"아니. 왕창 넣었어.호호~" 

음... 수건을 빨아서 나를 주려고 하시는거니까 더 깨끗하게 빨고 싶으신거..겠지..?

빨래가 다 돌아간 후에 우리는 밖에다 널었다.

정말 많다. 

상쾌한 세제냄새가 너무 좋았다. 

"오 해가 짱짱한날 깨끗한 수건들을 보니 내 기분이 너무 좋구나~"  

해가 너무 쨍쨍해서 불과 두시간만에 몽땅 말랐다. 

시어머니와 테라스에서 차곡차곡 갰다. 

빨래세제냄새에 햇빛냄새가 더해져서 더더욱 상쾌한 느낌- 

시어머니는 개면서 맘에드는걸 골라가라고 하셨다. 

접시닦고 손도 닦고하려고 열개정도 골랐는데 시어머니는 계속 더 얹어주셨다. 

이건 스웨덴에서 사온거..

이건 아니가 선물 준거..

이건 노르웨이에서 사온거..

이건 달라고 해도 안줄거야.. 선물 받은거라서.... 이것도 못줘.. 이건 내 사촌이 준거야... 아참... 그녀.. 며칠전에 죽었어.. 근데 장래식은 7월에 할거야...  

헐 의식의 흐름대로 독백을 하고 계신 시어머니..;;

"저 이거면 정말 충분할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걸 잔뜩 골라내고 난 후에도 저렇게나 많이 남아있다.

시어머니는 여행가실때 마다 저런 수건종류를 많이 사오신다.  

그리고나서 나는 내가 가져갈 수건드를 가지고 다림질을 시작했다. 

룰루랄라 재미있는 다리미 기계~~

 

어마어마한 양의 수건들- 

저거 두배 정도가 시어머니의 장농속에 더 쌓여있다. 그래서 앞으로 필요하면 절대 사지말고 와서 가져가라고 하셨다. 

우선 15개 정도만 가져갈거다. 

다리미기계옆에 다림질이 필요한 다른 옷감들도 있길래 나는 그것들까지 모두 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사고를 침- 

무늬는 위로 향하고 다리라고 하셨는데 그걸 깜빡해서 앞치마 하나를 망쳐버렸다. 

아.. 이거 선물받으신거면 어쩌지...

소중하게 안고 내려가서 시어머니께 긴장하며 말씀드렸더니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호호호~ 그거 너주려고 꺼내논거야. 뭐 무늬 좀 망가지면 어때, 사용하는데 지장없으면 됐지? 안그러니~?" 

휴우..

시어머니께서 오늘 주신 물건들을 정리해서 지하실로 다 옮겨놨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이삿짐이 지하실에 매일매일 쌓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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