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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프랑스 첫 보금자리를 소개합니다.

by 낭시댁 2020. 7. 13.

우리 부부가 손꼽아 기다리던 바로 그날이 왔다.

우리 집의 열쇠를 받은 것이다. 비록 월세지만 우리 부부는 이날을 그렇게나 기다려왔다.

오전 반차를 낸 자서방과 함께 우리 집에 가서 부동산 직원을 만나 열쇠를 받았고 집에 문제가 없는지 한번 더 둘러 보았다. 

일부러 올때 차에 간단한 청소 도구도 가져갔는데 집은 굉장히 깨끗하게 청소 가 된 상태였다. 

거실이 2개가 붙어있는 형태라 굉장히 넓다.

안쪽 거실 공간에는 소파를 놓고 바깥쪽 넓은 곳은 테이블을 놓고 다이닝룸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발코니로 나갈 수 있는 문이 2개가 있다. 발코니에 아무도 빨래를 널지 않는 걸 보니... 아마 나도 빨래는 못 널것 같다; 실제 프랑스에서는 그런거 미관상 금지하는 아파트들이 있다고 들었다. 대신에 다들 의자와 작은 테이블을 놓고 해를 즐기는걸 선호하는 사람들.. 나는 빨래가 더 좋은데...

부엌은 채광이 좋아서 오전에는 햇살이 가득이다. 그리고 날이 맑은 날에는 창밖의 뷰가 무척 예쁘다.

있을건 다 있는 욕실.

화장실은 분리가 돼 있다. 

침실은 2개 인데 둘중에 하나는 오피스로 쓰기로 했다. 둘다 채광이 너무 좋다. 

집을 선택하기 전에 시어머니와 함께 오전과 오후에 이 집앞을 지나며 채광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ㅎㅎ

이방은 오피스용~ 

지하실에도 우리 공간이 있어서 필요없는 물건들을 그곳에서 보관할 수가 있고, 주차장 외에도 우리 가라지가 따로 있어서 자서방이 좋아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시어머니께서 집에 같이 가보자고 하셨다. 

사실 집을 보러 가는것이 아니라 짐을 나르는것이었다. 일하느라 피곤한 자서방 대신에 우리가 최대한 날라 놓자는 말씀- 

차로 두번을 날랐다. 제법 무거운 물건들도 함께-

그리고 시어머니의 리드(?)로 대형마트에 가서 장도 미리 봐 왔다. 당장에 우리가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을 한번 더 생각해 보신 것이다. 

날씨가 더웠는데, 장보기까지 합쳐서 무거운 물건들을 2층으로 세번 날랐더니 진이 다 빠졌다.

프랑스는 지상층을 0층이라고 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2층을 1층이라고 표기한다!
자서방이 분명 말해줬는데 그걸 까먹고서 무거운 짐을 가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까지 갔다가 잠깐 헤맸다 ㅠ.ㅠ 시어머니는 가벼운 짐을 가지고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셨는데 서로 다른 층에서 목소리만 들리고 안보여서, 서로를 애타게 부르면서 잠시 좀 웃긴 상황을 만들었다. 가뜩이나 둘다 피곤했는데... 죄송합니다;;

무엇보다 집에 들어왔는데 앉은 곳도, 물을 마실 컵도 없어서 정말 환장할 것 같았다. 다행히 건물안은 꽤 시원함. 

시어머니는 어떻게 저리 쌩쌩하실 수 있을까 정말 신기할 정도로 땀도 안 흘리고 꼬장꼬장하게 서서 물건들을 이리 저리 정리하고 계셨다. 

나는 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청소기를 먼저 조립했다. 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막상 완성하니 뿌듯- 

"저 이거 조립하고 바닥 청소까지하고 갈테니까 어머니는 미리 가 계시는게 어떠세요? 완전 피곤하실 것 같아서요."

시어머니는 알았다고 하시면서도 한참을 주방에서 물건들을 다 정리해 주신 후에야 돌아가셨다.

시어머니께서 주신 저 노만코펜하겐 컵은 바닥이 둥글어서 오뚜기 같이 흔들리는 형태라 자서방이 싫어하는데 내가 좋다고 받아왔다. 야 이거도 사면 돈이라고...

그외의 물건들은 대부분 마트에서 사다 주셨고, 간장은 당장에 나한테 더 필요할 것 같다시며 집에서 쓰시던걸 내어 주셨다.

그리고 파스타와 볼로네제, 샐러드, 당장에 빵을 구울 수 있는 재료들도 준비해 주셨다. 당장 내일부터 굶으면 안된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얼마전에 잔뜩 만드신 블루베리 잼도 잔뜩 주셨다. 

싱크대 바닥 무늬가 영 칙칙하니 오래된 느낌이지만, 그저 무늬일 뿐이고 건물 자체가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내일은 침대와 가구들이 배송들어올 예정이다. 자서방도 휴가를 내고 함께 물건들을 받기로 했다. 

우리 물건들이 빠져서 시댁 다이닝룸이 깨끗해졌다.ㅎㅎ 

시댁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평소처럼 시아버지께서 주신 초콜렛 한조각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이거 정말 마지막 저녁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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