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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와인 페스티발에 신이 난 프랑스인남편

by 낭시댁 2020. 9. 29.

왠지 어제 저녁부터 자서방이 자꾸 아침일찍 마트에 가자고 하더라니...

마요네즈를 사야한다고 말했지만 마요네즈는 내가 평일에 동네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었다. 



토요일 아침, 대형마트 Cora에 간 우리는 먼저 미리 메모해 둔 필요한 물건들을 카트에 담았다. 사실 필요한것도 얼마 없었다.

잽싸게 필요한 물건들을 다 확보한 후 자서방은 곧장 와인 프로모션이 진행중인 곳으로 카트를 밀고 갔다.

“와인페스티벌 기간이거든!”

아 그럼 그렇지.
참새가 방앗간을 찾아온 것이었다. 마요네즈는 거들 뿐-

사실 술담배나 술자리조차 거의 안하는 남편은 검소한 사람인데 프랑스에만 오면 와인으로 인한 지출이 너무 많았다. 물론 휴가로 왔을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참고 있는건 인정-

평소에는 저렴한 3리터짜리 팩와인을 마시지만 프로모션때는 놓치지 않고 와인을 쟁여둬야한다는 자서방-

 

 

 

 

 

 

 

마치 놀이동산에 온 것 처럼 팜플렛을 꼼꼼히 확인하며 어딜 먼저 갈지 결정하는 자서방-

 

 

안내하는 아저씨가 한분 계셨는데 앞에 손님 안내가 끝난 후 우리에게 다가오셨다. 엄청나게 살가운 분이셨다. 명찰에 animation이라고 써져있어서 특이하다 싶었다. 영어로는 애니메이션, 프랑스어 발음으로는 아니마씨옹- 이 단어가 안내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도 있나보다.

 

 

적당한 와인을 이것저것 추천해 주셨다.

 

 

저기 가운데 와인도 추천해 주셨는데 자서방이 방언터지듯 본인의 와인취향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금새 두사람은 절친이 된것처럼 와인에 대해서 즐겁게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이 와인이 마음에 들겁니다! 2016년은 좋은해였죠!”

“네 2016년 좋은해였어요. 2018년도 그렇구요!”

“네네 그랬죠!”

곧 자서방은 저 와인 한상자를 카트에 실었다.

 

 


신난 아니마씨옹아저씨는 다음 와인을 추천하셨다.

 

 

그리고 자서방은 마음에 든다며 두번째 와인은 두 상자나 카트에 실었다.

 

 

자서방은 그 와인을 두 상자나 실었다;;

 

 

한병에 25유로인데 팜플렛에는 47유로로 나와있었다. 아무래도 팜플렛 제작 후 가격을 낮췄거나 실수로 낮췄을것 같은 느낌...

 

 

총 세상자..

남편아 이제 좀 가자...

저기 저렴한 와인도 저렇게 많은데 저런거 마시면 안되나?

 

 

그후로도 두사람은 절친이 된 것 처럼 와인수다를 계속 떨었다. 

 

 

오 이런 왕사이즈도 있네! 와인병도 대용량이 있다니!

내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자서방은 얼른 옆에 있던 기본 사이즈 병을 옆에 나란히 세워주었다. 역시 센스쟁이. 

"큰 모임에서는 큰 병으로 사면 더 낫겠네. 더 저렴하겠지?"

“음... 가격이랑은 크게 상관이 없어. 와인은 사실 큰병에 오래 보관할때 더 맛있어지거든. 저런 큰병을 구매할땐 당장 마시려는 것 보다는 오래 뒀다가 마시려는 경우가 더 많을거야.”


 

 

 

자서방은 와인을 다 고른후에도 미련이 남아서 몇바퀴를 더 돌았다. 그러다 이 와인을 발견하고는 신난다며 한상자를 또 실으려고 했다. 

내가 너무 많이 사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본인도 그렇게 느꼈던지 결국 맨 처음 골랐던 2016년산 와인을 빼고 이걸로 교체했다. 

이건 한병에 27유로...

내눈에는 가격밖에 안보임...

 

 


“가격은 두개다 비슷한데 난 이게 더 나을것 같아. 2018년산은 적어도 1-2년은 뒀다가 마셔야 해.”

“질문! 2018년산 이 똑같은 와인은 내년에도 가격이 똑같으려나?”

“일반적으론 가격이 오르지. 그래서 해마다 이런 와인 페스티발이 있을때 사람들이 나처럼 상자채로 사다가 몇년씩 저장해 두는거지.”

“또 질문! 이런 행사때 사면 가격이 훨씬 저렴한거야?”

“사실 크게 저렴해 지는건 아니야. 대신 평소에는 구할 수 없는 와인들이 다양하게 나온다는게 중요하지.”

 

 


계산대로 오면서 자서방은 3리터짜리 팩와인도 몇개 담았다.

“이거보라구. 평소에는 이렇게 저렴한거 마시잖아. 부모님댁 지하실에 오늘 산 와인들 쟁여 놨다가 가족들 모이는 날 꺼내 마실거야. 친구네 초대 받아서 갈때도 한병씩 가져가고 말이야.”



그런데!

계산을 하는데 여직원이 저 와인 상자를 일일이 다 열어보라고 하는것이다!! ;; 멘붕...

무슨 공항 검색대도 아니고...

자서방은 주머니에 열쇠를 꺼내 이용하며 열심히 세상자를 일일이 열어서 보여주었고 여직원은 병에 있는 바코드를 찍었다. 박스에 있는 바코드도 찍었으면서!!! 자기가 직원인데 칼 가져와서 자기가 열어보든가!! 

그리고 나서 찍힌 이 가격이 맞는지 자서방에게 물었고 자서방은 또 와인 팜플렛을 꺼내서 한참을 뒤지기 시작했다.

대체 뭐 이런 경우가...



나는 인상이 펴지질 않았다.

한참후에 자서방은 못찾겠다고 했고 여직원은 그냥 알았다며 그대로 계산을 끝냈다.

주차장을 향해 돌아오는 길 자서방이 활짝웃으며 속삭였다.

빨리가자... 가격 잘못 찍힌거같애... 그 여자가 쫒아올지도 몰라...

불쾌한 상황에도 싱글거리며 웃던 자서방이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영수증에 25유로로 찍혔는데 계산대에 있을때 팜플렛을 뒤져보니 가격이 한병에 47유로로 나와서 직원에게는 못찾겠다고 둘러댔다는것이다 ㅎㅎㅎ


그래도 두 상자나 샀는데 세일 많이 해서 다행이네뭐...

자서방은 그 여직원이 쫒아올까봐 차까지 카트를 밀며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걱정마... 절대 안쫒아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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