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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정월 대보름에는 역시 치킨이지!

by 낭시댁 2021. 3. 1.

지난 금요일.

솔직히 정원 대보름인줄 몰랐다. 

그저 금요일이니까 치킨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것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2주에 한번은 먹고 싶은데 3주동안이나 치킨을 굶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침에 동네 리들에 가서 닭 넓적다리를 두팩 사왔다. 보통 한팩을 튀겼는데 왠지 많이 튀겨서 남기면 내일 또 먹고 싶었다.

넓적다리 한팩에 3.5유로정도 하는데 5-6조각이 들어있다. 한조각은 3등분해서 순살 2조각과 뼈 한조각으로 분리를 한다. 자서방은 뼈를 발라먹는걸 안좋아 하기 때문에 뼈는 모두 내 차지- 

순살을 먼저 튀기고 뼈가 있는 부분은 나 혼자 먹는거니 매콤한 맛으로 튀겼다. 

 

접시위에 커다른 종이 호일을 대충 펼쳐서 치킨을 올려놨더니 남편이 어느샌가 가위로 동그랗게 오려놓은걸 뒤늦게서야 발견했다.

 

오늘은 내가 너무 빨리 튀겨서 자서방이 깜짝 놀랬다. 점점 맛도 속도도 늘고 있다.

 

매콤한 뼈 치킨은 내꺼-

 

"뼈가 있는건 내꺼고, 뼈가 없는건 우리꺼야-"

"내꺼 아니고?" 

"응. 우리꺼-" 

 

 

집에 감자가 싹이 났길래 감자도 같이 튀겼다. 소금을 살짝 쳐서 섞었다. 그리고 먹을때는 마요네즈 살짝 찍어서...

금요일이니까 괜찮아. 금요일은 보상데이잖아... 라고 스스로를 변호하며...

 

순살치킨은 우리꺼-

 

닭도 감자도 모두 두번씩 튀겨서 색이 더 노릇노릇하다!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단말이지...

자서방이 먹으면서 계속 엄지를 세웠다. 내가 튀긴 맛있는 치킨 한두번 먹어보니... 후훗

 

 

내가 담은 이 치킨무가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치킨을 즐기지 않았을것 같다. 치킨무는 정말 치킨의 소울메이트다. 영원히 함께해야 하는 단짝!! 

 

 

"내가 치킨 먹는데 왜 맥주를 안마시는지 알아?"

나의 이 물음에 자서방은 고민도 없이 바로 말했다. 

"치킨을 더 많이 먹으려고."

"빙고!!" 

둘다 정말 너무 맛있게 먹었다. 맥주도 없이...

머그컵 와인은 둘이서 같이 마시는데 한번 더 가득 리필해 왔다.

 

 

어느새 우리 둘 사이로 파고든 무스카델 

이렇게 맛있는데도 치킨에도 무스카델의 관심은 제로다. 수비드 닭을 몇번 권해 보았는데 못 먹을걸 주는것 처럼 도망다녔었다. 세상에서 사료가 제일 맛있는 녀석... 좋겠다... 나도 간식이 맛이 없었으면 좋겠다...


식사를 끝낸 후 부엌 정리를 마치고 이방 저방 창문 셔터를 닫으러 다니다가 창밖에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이제서야 발견했다. 

 

 

우리 나영이가 어릴적에 앞니가 없을때 이렇게 노래하곤 했었다.

[달달 무슨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어디 떴나 남탕위에 떴지~]

내가 놀리면 앞니없는 나영이가 짜증내면서 말했다. "이모 내가 언제 남탕이라 그랬어, 남탕이라그랬지. 남탕! 남탕아니고 남탕이라고오!"

그땐 화내는것도 어찌나 귀여운지 놀리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언제 벌써 중학생이 된거냐... 엉엉...

 

 

달을 보며 옛날 생각에 잠깐 잠겨있던 나는 거실로 가서 치킨이 가득찬 배를 쓸어 내리며 티비를 보고있던는 자서방의 손을 잡고 서제방으로 끌고왔다. 자서방이 따라 들어오다가 방에 전등을 켰지만 내가 다시 껐다. 그리고 우리는 같이 어둑한 창가에 섰다.

"우리나라에서는 보름달을 보면 소원을 빌어. 자, 달보고 나랑 같이 소원빌자. 온 마음을 다해서!" 

처음에는 농담처럼 듣고있더니 내가 먼저 입을 다물고 진지한 표정으로 달을 바라보자 자서방도 곧 소원을 비는지 조용해졌다. 자서방이 금새 끝내고 움직이려고 할때 나는 팔에 힘을 줘서 가만히 서 있게 했다. 내가 아직 안끝났느니라....

 

작년 이맘때에는 그저 프랑스에 무사히 들어오기만 하면 좋겠다는게 소원이었다. 

1년만에 그때 소원대로 정착까지 끝낸 지금은 더 큰 소원이 생겼다. 부디 내년 이맘때가 되기 전에는 이뤄져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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