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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내 피자를 못 뺏어 먹어서 슬픈 남편

by 낭시댁 2021. 3. 18.

마트에서 할인가격으로 득템한 치즈가 있어서 피자를 만들게 되었다.  

 

3가지 치즈가 들어있다. 에멍딸, 모짜렐라 그리고 마스담...? 

 

전날 반죽해서 냉장고에 넣어둔 도우를 밀었다.

전체 반죽에서 1/3은 내 피자를 얇은 도우로 만들고 2/3는 자서방을 위해 두툼하게 도우를 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 피자는 1/3보다 더 작게 만들었다. 자서방 더 많이 먹으라는 배려였다.

 

 

먼저 자서방 피자를 구웠다. 치즈대신 크림을 맨 위에 잔뜩 뿌렸다. 

 

 

그다음 내 피자위에는 한봉지 치즈를 몽땅 얹어서 구웠다. 막 흘러내리는 중- 

 

 

오늘따라 도우 모양이 영 삐뚤빼뚤하다. 평소에는 더 예쁘게 만드는데 힝...

 

 

무카페인 콜라를 한잔 따르고 와인도 머그컵에 가득 한잔 따랐다. 콜라는 내꺼, 와인은 우리둘꺼.

 

 

생크림보다 치즈피자가 아~주 더 맛있지는 않았다. 자서방때문에 크림 피자를 먹기 시작했지만 치즈와 또다른 맛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치즈가 촉촉하게 늘어나는 모습은 정말 입으로 먹기도 전에 눈으로 먼저 호강하는 기분이었다.

자서방이 피자를 크게 깨물고 맛있게 씹다말고 멈칫하며 나를 불렀다.  


"와이프....  내 피자에 뭔가가 잘못된 거 같아..."

 입안에 피자를 뱉어낼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왜? 맛이 이상해? 왜 그러지... 재료는 다 신선한거였는데..." 

내가 어쩔줄을 몰라하자 자서방이 말했다. 

“비현실적으로 맛있어서 그렇지!! 어떻게 점점 더 맛있어지지??!”

퍽- 

놀랐자네 씨...

이거는 맞아도 싸... 

연애 초기에 내가 습관적으로 손찌검(?)을 몇번 했다가 자서방이 하도 정색을 해서 오래전에 끊었던 습관인데 요즘에는 한번씩 이렇게 매를 번다. 

어깨를 쳐 맞으면서도 자서방은 능글능글 웃더니 맛있는 피자가 고맙다며 뽀뽀를 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내가 먹고 있는 피자치즈를 떠올리고는 잽싸게 입술을 피했다.ㅎㅎㅎ 


"너무 맛있는데... 나 벌써 다먹었어!"

뭐라? 그 큰걸 벌써 다 먹었다고...??!! 

아 맞다... 방콕에 살때도 혼자서 라지피자 두판도 먹는 양반이었지...

"한판으로 부족해. 다음에는 나 두판 만들어줘. 와이프 피자가 너무 맛있어서 이런거잖아..." 

평소라면 내가 먹다 남긴 내 피자를 뺏아먹을텐데 싱크대위에 올려둔 내 남은 피자는 오늘 자서방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힝... 치즈때문에 와이프가 남긴거 내가 못먹잖아..."

고마해라... 마이뭈다아이가...

"남편, 우리 이제 체중계를 살 때가 된거같아."

"그래? 난 와이프가 슬퍼질까봐 일부러 안샀지..."

아 그러셨어요...

"내일 당장 사러가자. 누가 슬플지..."

라고 말했다가 다시 정정했다. 

"아니다. 사지말자... 없어도 될거같아... "

나도 슬프고 너도 슬플 필요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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