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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힘내라 우리 남편

by 낭시댁 2021. 4. 9.

프랑스어 수업을 받다가 쉬는 시간에 남편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선생님의 프랑스어 액센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더니 자서방이 대답했다. 

"어쨌거나 넌 이번 코스를 패스하기만 하면 돼. 그러면 다음 레벨 수업을 받는거지."

"다음 레벨은 없어." 

"어, 그럼 이번 코스가 끝나면 넌 유창하게 프랑스어를 하게될거라는 의미구나." 

내가 정색하는 이모티콘을 보냈더니 자서방이 한글로 답변을 보냈다. 

 

 

 

 

죄송합니다 ㅋㅋㅋ

 

 

 

 

당신의 남편은 한국어를 할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

문제는 그 한국어가 필요할때는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왔더니 서재방에서 남편이 뭔가를 열심히 작업하고 있었다. 

 

 

 

 

요즘 내가 블로그 뿐만아니라 유튜브를 다시 시작했는데 한번씩 컴퓨터가 버벅거린다고 말했더니 신경이 쓰였나보다. 

동영상을 편집하는 툴인 파이널컷이 생각보다 엄청난 메모리를 요구를 하는 바람에 왠만한 사양으로는 택도 없는것 같다며 자서방은 예전에 쓰던 맥에 지금 쓰는 컴퓨터의 그래픽카드를 옮겨달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집에는 컴퓨터가 많다. 하나는 자서방이 게임 하는 전용인데 내가 게임하는걸 안좋아해서 (빠져서 시간낭비할까봐-) 내가 없을때 한시간 정도씩만 한다. 

모니터도 말로는 내 유튜브를 위해서 새로 사준거라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자기 게임을 위해서 겸사겸사 장만한것 같다. 아무튼 책상에는 컴퓨터도 4대(그중 두개는 맥미니)에 키보드도 4개다. 워낙 컴퓨터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고 이런걸 좋아하는것 같다. 내 눈에는 똑똑해보임 ㅋ

자서방이 컴퓨터를 조립하는걸 구경하고 있다가 벨소리가 울렸다. 

자서방의 친구 두명이 갑자기 찾아온 것이다. 자서방 말로는 일전에 다른 친구 한명에게 자서방이 요즘 일이 너무 힘들어서 거의 번아웃이 올 지경이라고 말했었는데 이 친구들이 그 말을 듣고 걱정이 돼서 찾아온 것 같다고- 

 

 

 

 

자서방은 커피를 마시고 나와 친구들은 맥주를 마셨다. 간단한 안주도 한접시 깔고 한참 수다를 떨었다. 걱정된다느니 힘내라느니 이런말은 일체 하지 않았고 죄다 가벼운 농담들로 계속 웃고 떠들었다. 

나는 대부분 못알아들었지만 자서방도 친구들도 한번씩 웃긴 얘기는 영어로 통역을 해 주었다. 그리고 간간히 나도 어설픈 프랑스어와 영어를 섞어서 대화에 참여하기도 한다. 워낙 좋은 친구들이라서 갑자기 찾아와도 불편하지 않은 사이다. 

 

 

 

 

맨날 숨기 바쁘던 무스카델도 이제 좀 얼굴이 익었던지 슬그머니 다가왔다. 

이 친구들도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고 있어서 무스카델과 금방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친구들은 통금이 끝나기 전에 돌아갔고 (저녁 6시부터 통금이었는데 섬머타임으로 한시간이 느려지면서 지금은 통금이 7시부터 시작된다.) 나는 자서방에게 물었다. 

"저녁에 뭐 해줄까? 치킨 튀겨줄까? 사실 나는 맥주를 마셔서 그런지 저녁생각이 별로 없네..." 

"그럼 나는 냉장고에 있는거 알아서 챙겨먹을게."

그럼 나야 고맙지~ 


요즘 코로나때문에 일이 너무나 힘들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너무 걱정이다.) 집에와서는 나에게 웃어주는 남편이 고맙다. 

친구들과 기분좋은 수다를 떨고나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보여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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