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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옆집 고양이 틱스가 실종되었다.

by 요용 🌈 2021.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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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테라스에서 시부모님과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옆집 여주인은 몇번이나 창밖을 향해 틱스의 이름을 애타게 외치고 있었다.

"틱스가... 4일째 집에 안 돌아왔다지 뭐니..."

이 말씀을 하시며 시부모님은 서로를 바라보시며 한숨을 쉬셨다.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우리집 안과 밖을 샅샅히 찾아본단다. 혹시라도 틱스가 어딘가 들어갔다가 못나오고 있을까봐..."

몇해전 휴가차 와서 시댁에서 머물때 낯선 검은 고양이가 우리 침실에 있다가 창문으로 뛰쳐나가는걸 본 적이 있었다. 그게 틱스를 처음 마주했던 순간이었다. 창문을 열어두면 2층인데도 불구하고 방으로 몰래 들어오기가 일쑤라고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심지어, 한번은 시어머니께서 틱스가 있는 줄 모르시고 창문과 문을 닫아두었다가 그 다음날 문을 열자마자 틱스가 뛰쳐나간 적도 있었다고 하셨다. 그때 틱스는 하룻동안 밥도 물도 굶었을거라고 하셨다. 그때 그 기억때문에 시어머니께서는 지금 매일매일 집안 곳곳을 확인하고 계신 것이다.

우리가 식사하는 동안 모웬은 테라스 구석에 있는 본인의 여름별장 (?) 2층에 웅크리고 앉아서 아련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웬, 틱스 걱정하는거야?"

나의 이 말에 자서방은 나직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아니지. 솔직히 틱스가 없으니 얘네는 며칠동안 정원에서 평화를 만끽하고 있는데..."

틱스와 틱스네 주인부부를 진심으로 걱정하시는 시어머니께서도 그 말에는 딱히 반박하지 않으셨다.

"나는 예전에 모웬이 난생 처음으로 외박을 했던날을 잊을수가 없단다. 걱정되고 무서워서 밤에 한숨도 못잤지. 혹시라도 나쁜 사람을 만난건 아닌지 별별 나쁜 생각이 다 들었단다. 나흘이나 내 고양이가 안돌아온다면 얼마나 속이 탈지... 가엾은 부부... 착한 사람들인데..."

시어머니께서는 내 일인것 처럼 진심으로 걱정을 하셨다.

"프랑스인들은 다들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나요?"

자서방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대답해 주었다.

"프랑스에도 고양이들을 재미로 괴롭히는 사이코패스들이 있어."

시부모님도 그 말에 동의를 하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우리나라만 그런게 아니구나... (이동네 길에 다니는 고양이들은 대부분 주인이 있는 아이들이다.)

부디 틱스가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좋겠네.. 왠지 남의집 창문으로 기어들어갔다가 못빠져나오고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내가 혹시나 싶어서 정원에 있는 온실이랑 창고도 확인하고 2층 방들도 한번씩 열어보고 했더니 시어머니께서는 이미 확인하셨다고 하시면서도 따라오셔서 한번 더 같이 확인하셨다.


아, 좋은 소식도 있다.

시아버지께서 미라벨 나무에 매달아두신 새집에 새 식구가 온것이다. 일전에 알 하나를 빠트리고갔던 그 가족일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어미새가 먹이를 물고 쉴세없이 드나들고 있는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안에 분명 새끼새가 있는것이다.

온 가족들은 새로 이사온 새가족을 발견하고는 모두 기뻐했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시아버지께서 사진을 한장 보내주셨다.

새가족들이 입주해서 냥이들도 기쁜가보다... 우리와는 다른 이유겠지만...
이스탄불이 하루에도 몇번씩 나무로 기어올라가서 새 집을 노리기는 하지만 다행히 새집 두껑이 잠겨있어서 이스탄불의 솜주먹으로는 절대 열지못한다. 그리고 모웬은 아예 나무를 못타는것 같다. 항상 나무위에 앞발을 뻗어보기만 하고 그대로 나무 그늘에 앉아서 쉰다.

이스탄불... 새 괴롭히면 못써... 내 집에 왔으니까 내 식구라고 생각하고 보살펴주자...응...?


**추가: 틱스 찾았다고 합니다. 시댁 옆옆집 사시는 시어머니의 절친이신 아니아주머니께서 휴가중이신 상태인데 시어머니께서 허락받고 틱스네 부부와 함께 그집에 들어가봤더니 거기에 있었다고 합니다. 아니 아주머니께서 휴가 가시면서 문이랑 창문을 다 닫고 가셔서 거기에서 못나오고 있었다고 하네요. 다행히 아픈데 없이 멀쩡한 상태였지만 이제 외출은 금지당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모웬과 이스탄불의 평화도 한동안은 이어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