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언제나 웃음 넘치는 시댁에서의 식사

by 낭시댁 2021. 9. 29.

지난 포스팅과 이어집니다. : 시아버지께서는 매년 올리브를 김치처럼 담으신다.

거실에서 샴페인을 마시며 꽤 오래 수다를 나눈 후 우리는 식사를 하기위해 다이닝 룸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서방이 식사는 언제하냐고 묻지 않았다면 우리 시부모님은 아마 저녁까지 여행 이야기를 계속 하셨을것 같다ㅋ 우리 시어머니는 식사 중에도 스페인어를 하시며 들떠계셨다.

해는 화창했지만 기온이 쌀쌀해서 테라스 대신 다이닝 룸에서 식사를 하게되었다. 아쉽고... 벌써 여름이 끝났다니 슬프다..
가장 먼저 시어머니께서는 전채요리로 차가운 스프를 내오셨다.

가스파초냐고 여쭤보니 이건 스페인식이고 살모레호(salmorejo)라고 하셨다.
아.. 그래서 자꾸 스페인어를 하고 계셨나보다.ㅋ

가스파초와 비슷하지만 허브향이 없어서 나는 더 좋았다. 토마토와 빵이 들어갔다고 하셨다.

그리고 또다른 전채요리로 자서방이 좋아하는 고기파이인 뚜흐뜨(Tourte à la viande)를 내 오셨다. 오랜만이구나.. 시댁에서 지낼때 시아버지께서 종종 사오셨던건데... 새삼 작년에 함께 지내던 그때로 돌아간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것도 난 원래 안좋아했었는데 지금은 없어서 못먹는다 ㅋ

그리고 본식으로는 닭 오븐구이와 토마토소스 병아리콩이었다. 둘다 냄새가 기가막혔다.

시어머니께서 각자 접시에 닭고기를 배분해 주셨는데 생일자인 자서방 접시에 가장 먼저 넓적다리 부분을 놓아주셨다. 자서방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이다.

그 다음으로는 내 접시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위인 커다란 닭다리를 놓아주셨다. 그리고 시부모님 두분은 퍽퍽살을 드셨다. 나는 두분이 맛있는 부위를 양보하시느라 퍽퍽살을 드시는 줄 알았는데 두분은 이 부위가 제일 좋다고 하셨다.

"한국에선 닭다리는 할아버지나 아빠가 드시거든요. 가장 선호하는 부위라서요."

"잘됐네! 닭다리 두개다 먹으렴. 먹는게 불편해서 우린 별루야. 차라리 이 가슴살이 건강하고 맛있지."

닭다리가 엄청 컸다. 오븐에서 기름이 빠진 껍질도 맛있었다. 그리고 곁들인 토마토 병아리콩도 닭고기와 잘 어울렸다.


더 먹고 싶었지만 케잌이 남아있었으므로... 이 케잌은 우리 시아버지께서 낭시에서 가장 맛있는 케잌이라고 하시는데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때마다 대부분 이 케잌으로 주문하신다.

케잌 위에 아기자기하게 얹어진 장식용 초콜렛도 공평하게 분배를 하는데! 생일 축하 멘트가 써진 가장 큰 초콜렛을 자서방이 내 접시에 놓아주었다.

그리고 남은 모든 초코 장식들을 자서방 케잌위로 몰빵 해버리신 시어머니-

나는 가장 큰 조각을 자서방에게 다시 양보했고, 자서방은 자기 케잌 위에 있던 초콜렛들을 내 케잌위로 옮겼다.

결국 디스푼 초콜렛은 내가 다시 시아버지 접시에 놓아드렸다. 오가는 정이다. 헤헤

여보...? 내 잔이 비었네?

와인을 따라 달라고 잔을 내밀었더니 남편이 나더러 그만 마시란다. 샴페인 두잔에 와인 한잔이면 오늘 충분하다면서-

옆에서 듣고 계시던 시어머니께서도 이번에는 자서방 말이 맞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며칠전 한국분들이랑 추석을 보내던날내가 술을 많이 마셔서 다음날 못일어났던걸 알고 계셔서 그런것 같다ㅡㅡ;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지..

빨리빨리 좀 따라바바

남편이 와인 따라주는걸 찍으려고 했는데 결국 내가 구걸하는것만 찍혔다.

에이 그러지말고 쪼큼만, 요만큼만


흠 냉정하게 구는군.

나는 와인병을 뺏아오기 위해 시아버지께 "와인 더 드실래요?" 라고 여쭤보았다.

"아니, 괜찮아."

시아버지의 대답에 시어머니와 자서방이 크게 웃었고,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신 시아버지께서는 자서방이 쥐고 있던 와이병을 뺏아서 내 잔에 따라주셨다. 내 잔에 와인이 채워질때도 자서방은 "스톱! 스톱!"을 외쳤다.

야... 누가보면 나 알콜중독인줄 알겠다야...

메흑시보쿠 시아버지ㅋ

집으로 돌아올때 시어머니께서는 남은 케잌과 뚜흐뜨를 (말렸지만)죄다 싸주셨다. 그리고 빌베리 잼 두병과 스페인 정봉도 얻어왔다.

오랜만에 시댁 다이닝룸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웃었더니 작년에 프랑스에 처음와서 시댁에서 모두 함께 지내던 그 시절이 떠오르고 너무너무 즐거웠다. 시부모님도 아마 그때를 떠올리셨을 것 같다. 식사도 맛있고 와인+샴페인도 맛있고 또 시어머니의 농담도 여전하시고 말이다. 차이점이라면 내가 어설프지만 프랑스어를 배워서 대화에 좀 더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참, 술도 늘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