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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영화를 보고 문화충격을 받았다. (영화 오리진 뒤몽드 줄거리& 스포)

by 낭시댁 2021. 10. 1.

토요일 저녁.

시부모님께서 파티마네 부부와 영화관에 가기로 하셨다며 나더러 빨리 나오라고 하셨다. 프랑스어 영화를 잘 이해할 자신은 없지만 영화관이라는 말에 나는 당장 쫒아나갔다. (요즘엔 마스크 덕분에 화장을 안해도 티가 안나니 어찌나 편한지 ㅎ)

시아버지의 차를 타고 시내에 있는 작은 영화관에 도착을 했는데, 토요일 저녁이라 영화관 앞에 긴 줄이 보였다. 우리가 줄에 합류하자마자 우리 뒤로도 금새 긴 줄이 생겼다.

우리 차례가 돼서 백신증명서를 보여준 후 티켓을 끊었는데 오래전 한국에서 지하철표를 팔던 창구와 흡사해 보이는곳에 아저씨 혼자 앉아서 표를 팔고 있었고 유리에 "물은 1유로"라고 써져있었다. 팝콘이나 콜라를 파는곳은 전혀 없었다. 코로나때문에 없는게 아니라 원래 없는것 같다. 영화관 의자에 음료수를 두는 자리도 없었으니까.. (나중에 파티마가 말해주길 이 영화관은 주로 독립영화들을 상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영화관 앞에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은 모두 다른 영화를 보러 갔나보다 ㅋㅋㅋ

나는 어쩌다보니 양쪽에 시부모님을 두고 그 가운데에 앉게되었는데 뒤늦게 도착한 파티마 부부에게 시어머니는 "내 예쁜 며느리도 같이 왔어!" 라고 하셨다. 며느리가 아니라 막내딸이 된 느낌-

영화에 앞서 나온 광고에서는 아기엄마들이 아기를 수유하는 모습이 여과없이 나오고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너무 모자이크로 가리는것 보다 오히려 어릴때부터 이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접하는게 참 좋은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숨기고 쉬쉬해서 성에 대해 삐뚤어진 환상만 더 가지게 돼서 성범죄나 성착취물 영상같은것들이 생겨나는게 아닌지...

영화가 시작되었는데 시부모님 사이에 앉은게 후회되는 민망한 사운드가 첫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런 민망한 장면과 농담들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나도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상영이 될리도 없지만 혹시라도 상영된다면 난리난리 대난리가 날것 같은 스토리와 노출씬 그리고 사실 우리나라 유교사상으로 보면 이건 패륜..

그런데 동시에 내가 태어나서 본 영화중에 이렇게 빵빵 터지는 영화가 있었나 싶을 만큼 웃겼다. 다 벗고 있는데 전혀 야하지않고 미친듯 웃겼다. 프랑스인 특유의 딱딱한 표정과 퉁명스러운 말투로 빵빵터트리는 뻔뻔한 배우들ㅋㅋ 우리 시어머니의 웃음소리는 작은 상영관에서 제일 컸고 우리 시아버지도 연신 클클 소리를 내시며 웃으셨다.

영화의 제목은 로리진 뒤 몽드 (l'origine du monde)- 세상의 기원이라는 야시시한 그 예술작품과 연관지은 제목인가보다.

충격적인 영화의 줄거리 나갑니다!ㅋ

(세세한 대화는 많이 놓쳤지만 내용을 이해하고 따라 웃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잘못이해한 부분 있을지도 모르지만ㅋ)

변호사인 주인공 남자의 심장이 갑자기 멈추었다. 멀쩡히 살아 있는데 심장만 멈추었고 수의사인 절친을 불러서 동물 장비들로 확인해보아도 맥박이 없었다. 병원에 가봤자 사망했단 소리밖에 못 들을거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데 와이프가 자기 인생코치라면서 사이비 점쟁이같은 여자한테 남편을 데려갔다.

그 점쟁이는 주인공의 개인사까지 읊으며 아주 용(?)해보였는데 주인공에게 3일안에 죽을라고 했다. 살려줄 방법이 딱 하나 있긴한데 그건 바로 자기가 태어난 근원, 즉 어머니의 그곳 사진을 가져오라는 것ㅋㅋ (우리 시어머니 엄청 웃으셨음.)

주인공 부부는 오랫동안 연락도 없이지내다가 갑자기 82세인 노모를 찾아가서 앞으로는 잘 지내자고 했고 어머니는 매우 기뻐하셨다. 그런데 갑자기 자기 친구를 어머니께 소개해드렸다. 원래부터 어머니를 좋아했다면서ㅋ 주인공 부부가 수의사친구를 협박해서 폴라로이드 카메라까지 목에 걸어주고 데려온 것이다.

"엄마, 내 친구가 엄마 오래전부터 좋아했대요! 그치, 친구야?"
".......어."

그날 수의사 친구는 결국 어머니께 따귀만 맞고 쫒겨났지만 주인공 부부는 포기하지않았다. 다음날 어머니와 수의사 친구를 집으로 초대한 것이다. 그런데 대화 도중에 동네에 요즘 축제기간이라며 이웃들이 모두 나체로 생활하고 있으니 우리도 그래야 한다면서 자연스럽게 옷을 하나씩 그리고 몽땅 벗는다. 며느리도 나체로 너무 자연스럽게 샹그리아를 만들어서 내 왔다. 어머니는 기겁하고 도망가는데 벌거벗은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쫒아가서 사정사정하더니 안되니까 시어머니 옷에다 샹그리아를 부어버리는 막장 며느리

"이동네 요즘 누드 축제 기간이라지? 우리도 가만 있을 순 없지않겠어?"
제일 불쌍해 보였던 맘좋은 친구 ㅋㅋ

결국 주인공이 어머니께 솔직히 말하려고 심각한 표정으로 운을 뗐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미안하다며 울면서 그때 내가 한 짓을 알아버린거구나 하면서 충격적인 과거 비밀들을 다 털어놓으며 이야기가 전환된다 ㅋ "사실 니가 처음에 결혼하려고 상견례까지 했던 그 여자말이야. 나때문에 파토난거 알아버렸나보구나. 나 그사람들이 화려한 성에 살고 있는게 너무 질투났어. 그래서 안방 침대에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가 남의집 침대위에서 응가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네가 그 여자랑 헤어지고 이런애랑 결혼한 게 더 잘된건지는 확신이 안선다만... 그게 아니라면 혹시 네 아빠가 친아빠가 아니라서 그러니? 나 딱한번 XX이랑 잔거였는데 흑흑.."

알고보니 어머니를 연기한 그 할머니 배우는 프랑스에서 매우 유명한 코메디언이라고 했다. 진심 최고의 연기였다. 사실 주인공 부부와 수의사 절친도 모두 대단한 연기였다. 수의사 친구는 어머니를 재우자며 말에게 쓰는 수면마취제를 물에 타서 스스로 맛을 보더니 더이상 약이 없단다 ㅋㅋ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잠들었다.

나중에 영화 끝나고 다들 나더러 어떻게 봤는지 물어봤을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영화가 수입될 가능성도 없지만, 혹시라도 상영된다면 대난리가 날거예요ㅋㅋ. 노출도 그렇지만 어른을 공경하는걸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스토리 자체가 충격적이거든요. 근데 마음을 열고(?) 봤더니 너무너무 웃겼어요. 나중에 자서방이랑 자막넣고 한번 더 봐야겠어요."

왜 사람들이 프랑스 영화가 재미 없다고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이렇게 우리 정서에 안맞고 수위도 높아서 결국 우리나라에는 작품성있는 영화들만 수입하다보니 지루하다는 편견이 생긴게 아닐까...ㅋ

아무튼 프랑스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 바뀌었다. 내가 프랑스 영화가 좋아졌다고 말씀드리자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며칠 후에 또다른 영화를 보러 같이 가자고 하셨다. 저야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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