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프랑스인 언니 오빠가 생겼다.

by 낭시댁 2021. 10. 12.

얼마전 시어머니께서 파티마로 부터 메세지를 받았다며 나에게 알려주셨다.

"파티마네 부부가 친구 한명이랑 셋이서 금요일 밤에 오페라를 보러가는데 표가 한장 더 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네가 혹시 관심이 있다면 너희 집까지 픽업하러 와줄 수 있다고 하는데 혹시 오페라 좋아하니?"

"네! 저 오페라 한번도 못봤어요. 가보고 싶어요!"

"호호 잘 됐구나. 기분 전환이 될거야. 파티마 전화번호를 알려줄테니 네 번호도 파티마에게 알려주거라."

그렇게 나는 파티마와 마누의 초대로 무료 오페라를 관람하게 되었다.

그녀의 남편 마누는 기타리스트이자 공연기획자로 일하는데 이날에는 일이 없어서 집에서 따로 출발하기로 했고, 파티마는 퇴근하자마자 우리집으로 나를 픽업하기 위해 와 주었다.

"초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오페라 갈때 옷은 그냥 이렇게 입어도 되는건가요?"

"하하하 옛날에나 오페라에 정장입고 갔지 요즘에는 그냥 편하게 입으면 돼요."

"그나저나 시부모님도 같이 가셨으면 좋았을텐데 그쵸..."

파티마는 내말에 깔깔 웃으며 막내동생을 대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엄마 아빠없이 처음 나왔군요. 언니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사실 우리말로 옮기다보니 존댓말로 쓰게 된건데 실은 프랑스어로는 굉장히 친근하게 말해주었고 그 말과 따뜻한 표정에 나는 마음이 완전히 녹아버렸다.

금요일이라 거리는 인파들로 붐볐다.

낭시 오페라는 스타니슬라스 광장에 있다.

광장에 들어서자 매년 이맘때쯤 열리는 광장 정원이 나타났다. 작년에 프랑스어 의무교육받을때 단체로 왔었는데 벌써 한해가 지났다니...

파티마와 정원을 거닐며 구경도하고 수다도 떨었다.

곧 해가 어둑해질때 우리는 테이블 한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그녀의 남편 마누와 또 마누의 친구인 브리짓이라는 여인을 기다리기로 했다. 아직 오페라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는데 파티마와 나는 일부러 일찍 만나서 이곳에서 목을 축이기로 했던 것이다.

"오늘 오페라는 무슨 내용이에요?"

"오, 그건 모르겠어요. 그냥 이렇게 나와서 기분 전환한다는 생각만 했지 내용은 생각을 안해봤네요 호호."

확실히 기분전환이 되고 있었다. 시원한 저녁공기와 아름다운 정원, 건물, 광장, 들뜬 표정의 사람들까지-

곧 마누와 브리짓이 도착했다. 브리짓은 60대 중반쯤 보이는 여성이셨는데 첼로리스트라고 하셨고 우리 시어머니와 비슷한 활력이 느껴지는 멋진 분이셨다. 딸은 시카고에 살고 있고 최근에 강아지를 입양했다면서 강아지 사진을 잔뜩 보여주셨다. 이날 오페라 티켓도 이분이 뮤지션 동료로 부터 구한거라고 했다.

"혹시 공연 좋아하면 다음주에 탱고 공연도 같이 보러갈래요?"

그녀의 제안에 내 눈에 휘둥그레졌을때 마누가 나에게 재빨리 말했다.

"정확히 말해줘야지, 탱고 음악연주만 있는거예요. 춤은 없고ㅋ."

"...아, 그럼 전 패쓰요ㅋㅋ"

내 부족한 프랑스어 실력은 오히려 친해지는데 도움이 된것 같다. 나는 어려운 대화에는 애초에 낄 생각을 안했는데ㅋ 다들 나를 위해 천천히 질문하고 답변을 느긋하게 기다려 주는 인내를 보여주었다.

마누와 브리짓 그리고 노암(마누의 아들) 이렇게 셋은 원래 첼로 트리오로 팀을 결성해서 코로나 전까지 작은 공연을 함께 다니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온가족과 친한 사이였던 것. 그때 나는 깨달았다. 사실 오늘 나를 위한 티켓은 원래 노암을 위한거였겠구나 하고 말이다. 노암이 공부때문에 파리로 가는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꼽사리를 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메흑씨 노암!

음료값은 마누가 계산했는데 내가 맥주값으로 슬쩍 4유로를 마누에게 건넸더니 마누가 웃으며 거절했다. 본인이 초대한거기때문에 돈은 안받는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웨이터 팁으로 2유로만 다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해가 떨어지자 스타니슬라스 광장의 모든 건물들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올해 이곳 행사 컨셉은 분홍색인가보다. 파티마는 색깔이 너무 별로라고 했지만 내눈에는 그저 예뻤다.

8시쯤 되었을때 우리는 일어나서 오페라 건물로 이동했다. 이때 브리짓이 우리에게 각자 티켓을 나눠주었다. 그런데 좌석번호를 보니 파티마와 마누가 2층과 3층으로 떨어져있길래 내가 마누에게 표를 바꾸어주었다. 하지만 곧 파티마는 다시 마누와 표를 바꾸어서 나와 함께 관람하겠다고 했다.

시어머니와 함께 오는게 아니라서 아주 살짝 걱정했는데 (시어머니는 내 부족한 불어를 찰떡같이 알아들어주시므로ㅋ) 파티마와 마누 두사람은 나를 친동생 대하듯이 너무나 살뜰하게 챙겨주었다. 또한 새로 만난 브리짓이라는 분도 너무 친절하셔서 누구와 관람하건 상관이 없었다. (결론적으로는 4명이 모두 한자리에 앉아서 관람했다.)

우리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로질러 오페라 극장으로 들어갔다. 내 생애 첫 오페라 관람... 두근두근...

다음 포스팅에 계속 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