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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나라별로 다르게 해석되는 제스처들

by 낭시댁 2022. 4. 10.

학교에서 중요한 숙제가 있었다. 프랑스에 처음와서 고국과 너무 달라서 충격적이었던 것을 작성하는 것인데 자료 사진이나 그림을 넣어서 파일을 선생님께 제출하면 선생님께서는 그걸 모아다가 작은 전시회를 개최할 거라고 하셨다.

주제를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것! 바로 이 프랑스어 단어들이었다. (참치), 까까(똥), 봉봉(사탕, 젤리, 캬라멜등..), 뽀뽀(응가) 등등..

선생님께 바로 말씀을 드렸더니 너무 재미있어하시며 아주 좋은 주제라고 하셨다.

선생님의 조언대로 사연에 살을 좀 붙였다.

[시댁에 맨 처음에 왔을때 몇가지 새로운 발견이 있었어요. 시댁가족들과 카나페를 곁들여 샴페인을 마시는데 ":thon"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어요. 알고보니 그건 참치를 의미하는 말이었어요. 한국에서는 Thon은 똥을 의미하며 식탁에서는 언급을 피하는 단어랍니다.

시동생은 "까까:caca"는 프랑스어로 똥을 의미한다고 알려주었는데, 한국어로 까까는 봉봉을 의미한답니다!

후식을 먹고나서 시댁 고양이에게 내가 "뽀뽀"라고 말하며 비쥬를 시도했더니 시어머니께서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습니다...

주의: 한국을 여행할 때 "Si bel homme:시벨옴" 이라는 단어를 말할때는 주의하세요. 나쁜단어와 발음이 같아요. 뜻은 말하지 않겠어요...]. *Si bel homme: 잘생긴 남자라는 뜻

무식이랑 모웬도 출연시켰다! 모웬은 잘생겼으니까 시벨옴...

아무튼 우리반에서 제일 빨리 과제를 완성하고 났을때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자유시간을 주셨다.

그때 근처에 앉아있던 스페인 친구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 그거 좀 봐도 돼?"

근데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한쪽 눈밑을 땡기며 말을 하고 있었다. 놀리는건가... 😐😐😐

에스빠뇰 해석: "그거 좀 보여줘."


"당연하지. 근데 그건 뭐야? 이거ㅋ"

나도 똑같이 눈밑을 땡기며 물었다.

한국인 해석: 메롱

"아 이거? 뭔가를 보여달라고 할때 우리 에스빠뇰들은 이렇게 하거든. 너네는 이렇게 안해?"

그러더니 또... 또 그런다!

우리둘이서 서로를 바라보며 눈밑을 계속 땡기고 있었더니ㅋ 반친구들 웃었고 선생님께서도 흥미로워하시며 나에게 물으셨다.

"한국에서는 이 동작의 의미가 다른가요?"

"놀릴때 이렇게 하는데요... 혀도 내밀기도 하고요..ㅋ"

"정말 흥미롭네요! 이 동작 한가지가 나라별로 완전히 다른 의미로 해석이 되는군요! 참고로 프랑스에서는 그 동작이 무슨 의미인지 아세요? 상대방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할때 하는 제스처랍니다."

한마디로 '뻥치지마!' 뭐 그런 의미인가보다. 별것도 아닌 이 동작이 나라별로 이렇게나 다르게 해석된다니 너무 흥미롭다.

프랑스인 해석: "뻥치시네!"


잠시후 선생님께서는 본인의 머리옆에 검지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보이시며 말씀하셨다.

"이건 무슨 의미인것 같아요?"

그건... 미쳤다는거 아닌가요...

"똑똑한 사람을 가리킬때 프랑스에서는 이렇게 한답니다."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의미인가보다. 다시봐도 내눈에는 미쳤다는걸로만 보이는데ㅋㅋㅋ 다른 친구들 몇몇은 자기네 나라에서도 그건 똑같다며 동조했다. 나혼자만 갸우뚱 갸우뚱하며 "한국에선... 그거 하면 안될 것 같아요...ㅋㅋㅋ" 라고 말해서 다들 웃었다.

"그러니까 다른 나라에 방문할때 주의해야 할 제스처같은것도 미리 학습을 할 필요가 있겠지요?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까요."

그 말에 영국인 소녀가 말했다.

"영국에서는 손등을 보이면서 브이를 하는건 심한욕이예요. 사진찍을때 그렇게 찍는 사람들을 종종 봤는데 영국에서는 그러면 안돼요."

그건 가운데 손가락만 세우는것과 똑같은 의미라고 한다. 나 소싯적에 그러고 찍은 사진 꽤 되는데.. 다행히 끊은지(?) 오래됐다.

역시 다국적반이라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도 나라별로 비교를 하니 너무 재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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