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소처럼 가장 먼저 강의실에 도착했는데, 내가 항상 앉는 자리(선생님과 반친구들이 한눈에 보이는, 옆으로 앉는 맨 앞자리이자 문앞)에 낯선 프랑스인 남학생 두명이 미리 와서 앉아있는 것이었다.
너희는 누구... 여기 우리반 맞는데... 거기 내 자린데...
남학생들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수업이 시작되고 한참 뒤에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아참, 여기에 두 학생은 오늘 우리 수업에 참관하고 싶어서 와있답니다."
이때 조용한 강의실의 정적을 깨는 소심한 내 목소리.
"왜요...?"🙄🙄
몇몇 친구들이 웃었고 몇몇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질문에 동조했다.
선생님께서는 웃으시며 그 학생들에게 자기소개를 시키셨고, 학생들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차례로 입을 떼기 시작했다.
그때 또 나의 소심한 목소리가 첫번째 학생의 자기소개를 끊어버렸다.
"너무 빨라영..."
왠지 내가 자꾸 괴롭히는 모양새가 돼 버린...ㅋ 반친구들이 웃었고 그 남학생은 귀까지 빨개져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소개를 시작했다. 아 미안해라... 😅근데 프랑스 대학생도 긴장을 하는구나... 새삼 친근하기도 하고...
아무튼 그 친구들은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있고 장차 외국인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게 목표라서 참관을 왔다고 했다.
쉬는 시간에 나는 그 친구들에게 우리 시동생도 스웨덴에서 프랑스어 교수라고 먼저 말을 걸었고 좀 전에 엄청 긴장했던 그 학생은 졸업 후 자긴 미국으로 가고싶다며(도시 이름을 말했는데 까먹음), 본인이 음악을 좋아하는데 그 지역이 음악으로 유명하단다. 그곳에서 취미생활도 하고 프랑스어도 가르치고 또 영어도 배우고 싶다며 흥분한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까 자기소개할때 좀 이르케하지... 대화하다보니 내 20대시절의 설레임과 불안함 그리고 자신감등 복잡했던 감정이 떠오는것 같아서 대화가 즐거웠다. 주변에 반 친구들도 흥미를 느끼며 몰려들었고 또 내 장난기가 발동...
"너 음악 좋아해? 자 그럼 노래해봐! 하나 둘 셋 넷!"
이제는 편해졌는지 얼굴도 안빨개지네?😆
노래보다는 음악을 감상하는걸 좋아하고 작곡도 취미로 하고 있단다. 멋찐청년이로다!!
"오... 그럼 나중에 프랑스어 동사변형 암기송같은거 만들어서 수업하면 학생들 좋아하겠다!"
난 중학교때 영어첨 배울때 노래로 만들어 부르고 그랬다고..
아이마이미마인...유유어유유얼즈...
요즘에는 러시아전쟁이나 프랑스 선거에 대한 내용이 수업중에 단골 소재로 나오고 있다. 오늘은 선생님께서 구절을 하나 제시해 주시면 호명된 학생들이 앞으로 나가서 칠판에다 그 구절을 활용해서 문장을 완성해서 적는 수업을 했다.
나에게 제시된 구절: 일부 대통령 후보들은 공개토론에 초대되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 나가, 칠판에다 "왜냐면 그들은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고 적었는데 지지(Soutiens)라는 단어를 복수형으로 써놓고는 스펠링이 헷갈려서 프랑스인 남학생들을 쳐다보면서 내가 슬쩍 손짓 눈짓으로 물었다.
'여기 t 넣어? 말아?'
그 학생들은 동시에 나더러 고개를 끄덕이며 t를 넣으라고 했고 나는 얼른 Soutients이라고 고쳤다.ㅋ 물론 반친구들은 크게 웃었고, 같이 웃으시던 선생님께서는 그 남학생들을 향해 말씀하셨다.
"T 넣는거 확실해요? 진짜???"
아.. 틀렸나보다ㅋㅋㅋ
"자, 여러분 봤지요? 프랑스인들조차도 프랑스어 문법이나 스펠링을 많이 헷갈려한답니다. 여기에는 t가 안들어가요."
야... 너네는 프랑스어 전공이라매...
그 학생들 나한테 미안하다며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여러모로 미안하지 뭐...ㅋ
시작한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2주 수업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반친구들과 정이 꽤 많이 들었는데 헤어지려니 너무나 아쉽다. 다음 학기에도 고대로 한반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쟈닌선생님께서는 의외로 나더러, 그냥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것도 괜찮지 않냐고 하셨다. 시어머니와 대화연습하면 되지 않느냐면서 말이다.ㅋ 그건그렇지요... 팔방미인 그랜드마스터님 보유자 ㅋㅋ
근데 대학생활이 너무 즐거워서 딱 한학기만 더 다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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