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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댁 테라스는 동네 사랑방이다.

by 낭시댁 2022. 7. 19.

파티마부부가 앞마당에서 수확한 체리를 많이 갖다줬다고 하셔서 시댁으로 갔다.

그 사이 상한것들이 많아서 어머님께서는 성한 체리만 골라내셨다며 나머지는 뒷뜰에 있는 퇴비통으로 버리셨다.

그 사이 시댁에 손님이 한분 더 오셨다.

어머님의 절친이신 앙뚜와네트 여사님.

시아버지와 다함께 테라스에 둘러앉아서 각자 취향대로 음료를 마셨다. 녹차, 커피, 탄산수, 콜라- 다 다른걸로 마셨다.

앙뚜와네트여사님은 알고보니 어릴적 이탈리아에서 이주해 오신거였고 여전히 가족들은 이탈리아에 있다고 하셨다.

"원래는 매년 가족들을 보러 이탈리아에 갔는데 이번에는 코로나때문에 겁나서 못가다가 3년만에 다녀왔지뭐니."

"저는 한국 못간지 2년 됐네요..."

잠시 센치멘탈해 지려던 찰라에 시댁 대문의 벨소리가 또 울렸다.

이번에는 어머님의 달링, 옆집 틱스네 아빠였다. 요리를 좋아하는 그는 점심때 시부모님 드시라고 아침부터 직접 요리한 음식들을 들고왔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맨날 빈손으로 와서 두손가득 챙겨가는 며느리는 그저 부끄러울 뿐... 🙄

그냥 음식만 주고 돌아서던 그를 어머님께서는 차한잔 하고 가라고 테라스에 합석 시키셨다.

각자 휴가에 대해, 고양이들에 대해 수다를 떠는데 분위기가 참 훈훈했다. 우리 시댁은 진정 이 구역 사랑방이 아닌가싶다. 옆집 남자는 짓궂은 어머님의 농담에 배꼽을 잡고 웃다가 "오, 마리엘 마리엘..." 하며 서윗하게 어머님의 이름을 불렀다. 이래서 어머님이 마이달링이라고 하시는구나...

옆집 남자가 떠났을때 앙뚜와네트여사님이 어머님께 속삭이며 물으셨다.

"저 사람이 그 사람이야?"

"응, 내가 몇번 말했지? 잘생겼지?"

"그러네 그러네."

"요리도 잘해. 그리고 항상 단추를 여기까지 풀더라 😆"


역시 여자들의 대화😆 셋이서 까르르 웃고 있는데 아버님은 웃지 않으셨다.


"이탈리아에서 돌아왔더니 집 냉장고가 텅텅비어있어. 언제 장보고 요리하나... 귀찮아."


시어머니께서는 앙뜨와네트 여사님이 가실때 주키니 갸또 앙비지블과 싱싱한 토마토 몇개 그리고 테네리페에서 사온 염소치즈 한덩이를 봉지에 담아서 건네셨다.

옆집 남자가 갖다준 체리클라푸티, 팍시

나에게는 옆집 남자가 준 음식을 나눠주려고 하셨지만 내가 거절했다. 대신 궁금해서 한조각씩 맛만 봤다.

"인정하기 싫었는데... 클라푸티는 옆집 남자가 나보다 훨씬 잘 만들어. 여러번 갖다줬는데 매번 완벽한거있지..."

아ㅋㅋ 맛있는 요리를 갖다주는데 왜 시무룩하신가요ㅋ😆

"저는 어머님이 만드신 살구 클라푸티가 더 맛있어요."

"아니야... 그렇지 않아... 😭"

벨페버속에 다진고기와 치즈가 들어간 이 팍시도 너무 맛있었다.

"우와.. 옆집에 셰프가 살고 있었네요!"

아차... 너무 맛있어서 칭찬이 저절로 튀어나와 버렸다. 어머님이 더 훌륭하십니다...

"응... 친절하고 잘생기고 요리까지 좋아하니 나는 저 사람이 정말 좋은데 요리를 갖다줄때마다 나는 경쟁심이 자꾸 들어. 나한테는 경쟁이야! 더 맛있는거 만들어서 갖다주고말테다!"

우리 시어머니 오늘도 나를 너무 웃게하셨다ㅋㅋㅋ

나는 파티마네 체리를 잔뜩 얻어서 왔다.

올해 처럼 체리를 많이 먹은적이 있었던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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