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우리 캠퍼스는 파업때문에 닫혀있었고 우리는 다른 캠퍼스에서 수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전날 버스가 없어서 집까지 한시간동안 걸어갔다가 피곤해서 저녁에 금방 곯아떨어졌다.
다행히 다음날에는 버스가 정상 운행을 한다기에 안심하고 등교를 했는데, 오후에는 또다시 시위가 시작되었는지 집에 돌아가는 버스가 시내를 통과하지 못하고 갑자기 이상한 길로 가고 있었다.
나는 결국 낯선 곳에서 내린 후, 집으로 가는 다른 버스로 갈아 탈 수 있는 근처 승강장을 찾아갔다.
승강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앉았다. 전광판에는 곧 도착이라고 여전히 나오는데...
그때 옆에 지나가던 승용차에서 한 중년 부인께서 "마담! 마담!" 하고 외치는 소리가 나서 돌아 보았다.
"지금 시위때문에 버스는 오지 않을거예요. 아마 저쪽 외곽으로만 최소한의 운행만 유지하고 있을거예요."
궂은날씨에 하염없이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우리가 딱해보이셨나보다.
집까지 또 걸어가야하나... 잠시 고민하고 있을때 승강장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가세요?"
내가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있었더니 또다른 중년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말을 걸어오셨다.
"아마 저쪽으로 몇정거장 걸어가면 거기는 버스가 다닐것 같아요. 우리랑 같이 걸어가요."
아 친절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
그분옆에 딱 붙어서 걸어가면서 내가 물었다.
"시위를 하면 대통령이 결심을 바꿀까요...?"
"절대 아니라고봐요. 결정되기전이라면 몰라도 이미 결정된 마당에... 무의미하게 우리 시민들한테만 피해는 주는거죠."
"저는 어제 한시간동안 집까지 걸어가야만 했어요... 심지어 멀리사는 제 친구들은 철도파업때문에 2주 가까지 수업에 결석하고 있고요... 외국인학생들은 학비가 비싼데 보상받을 방법은 없겠지요..."
"저런... 정말 딱하네요... 프랑스에 오신걸 환영해요..."
주변 일행들은 어느새 뿔뿔이 흩어졌고 우리 둘은 무려 3 정거장을 함께 걸었다. 그래도 친절한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며 걷다보니 상황이 나쁘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저 그냥 계속 걸어갈까봐요. 집이 가까워졌거든요."
"오, 저기 버스가 오네요! 저야말로 집에 다왔어요. 좋은 주말 되세요!"
그분은 손을 흔들며 떠나셨고, 나는 버스에 오른 후 딱 두정거장 뒤에 내렸다.
진짜 피곤하다...
근데 꽃들은 내 속도 모르고 예쁘게 피었네...
"오늘 늦었네?"
응... 무식아 오늘 좀 힘들었어. 넌 등교나 출근 안해서 좋겠다.
스트레스에는 고추장 비빔밥이 최고-
뜨거운 밥위에 샐러드랑 조미김 왕창 넣고 계란 반숙후라이 두개에, 시판 비빔장+ 간장+ 참기름 넣고 쓱쓱 비벼먹었더니 어찌나 맛있는지... 마음이 풀리네...
밤에는 자서방에게 꽤 오래 푸념을 했다.
"나도 마크롱은 싫지만 파업은 진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다음에는 파업이 있으면 그냥 학교 가지마."
튼튼한 두다리가 있으니 뭐 조선시대라 생각하고 걸으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이틀 연속은 아니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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