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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프랑스인 남편의 망언 (feat. 김밥)

by 낭시댁 2023. 6. 6.

포트럭 파티가 열리는 마지막 등교일. 나는 아침일찍 일어나서 김밥을 말았다. 
내가 김밥을 싸가겠다고 했을때 우리반 친구들이 엄청 좋아했다. 벌써 그들은 두세번씩 내 김밥을 이미 맛 보았던 것이다. 맛있게 먹어줄 사람들이 있는한 요리는 즐겁다! 
 
시간걸리는 재료들은 전날 저녁에 미리 준비를 해 둔 덕분에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생강피클이 있어서 물기를 짜고 올려보았다. 참치김밥인데 참치가 맨 밑에 깔려있다.

 
느지막히 일어난 자서방은 내 김밥을 보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와우, 브라보! 진짜 예쁘다. 사람들이 다들 좋아할거야." 
 
"응, 당신빼곤 다들 좋아하더라." 
 
김을 못먹는 남편은 대답 대신 갑자기 딴소리를 했다 .
 
"난 이해가 안가는게, 사람들은 왜 김밥을 흔하게 만들어 먹지 않는걸까? 막상 만드는건 그리 어렵지 않은데, 다들 만들어보지도 않고 어려울거라고 생각하는것 같아."

어? 내가 지금 뭘 들은거지? 아침부터 기가 막혀버리네. 

"김밥이 만들기 쉽다고 말한거야? 당신 김밥 만들어봤어??"  

"아, 상대적으로 말이야. 넴이나 만두보다는 간단하잖아." 

"사람들이 다들 당신처럼 운이 좋지는 않다는걸 알아야지. 와이프가 넴이나 만두를 직접 만들어주는데 심지어 파는거보다 맛있어. 이런 행운을 가진 남자가 얼마나 될 것 같애?"

"그치 알아, 어렵지. 나도 당신 요리실력에 항상 놀래고 감사해. 김밥에 비하면 정말 만들기 어렵고 복잡하잖아." 

"김밥! 기술이 얼마나 필요한데! 모든 한국인들이 이만큼 예쁜 김밥을 만들수 있는게 아니라는걸 알아야지. 내가 얼마나 정성과 시간을 들이는데! 피클도 직접담고 재료도 일일이 따로 손질해서 요리하는 건데!" 
 
그래 당신이 그걸 알 턱이 있나 맨날 김에 밥깔고 미리 준비한 재료넣고 말아 먹는거만 지켜봤으니...

자서방 표정을 보니 소귀에 경읽기를 하는것 같아서 그냥 2절은 관뒀다. 참내... 김밥을 한번 말아보고나 저런 소리를 하면 몰라. 아니다, 김밥을 한개라도 먹어봤으면 몰라 ㅋㅋ 

6줄을 말아서 세통에 나눠담았다. 한개 맛보고 자화자찬ㅋ 역시 내 김밥이 최고야ㅋ 단무지가 없어도 양배추피클 오이피클이 다했다. 

학교측에서는 크로와상과 빵오쇼콜라 그리고 음료(각종 쥬스, 커피, 차, 생수)를 준비했고, 나머지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각국의 음식들로 푸짐하게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또다른 한국인 친구는 떡볶이를 가져왔는데 내 김밥옆에 나란히 두고는 태극기 데코까지 하는 센스ㅋ 

내가 외국인친구들을 위해 김밥을 수없이 말아본 결과 집게를 함께 준비하는게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포크나 서툰 젓가락질로는 감히(?) 김밥을 건드릴 엄두를 못내는 소심한 친구들이 많더라는 것이다. 반면에 집게를 옆에 두면 너도나도 편하게 가져간다. 
 
문제는 김밥이 너무 빨리 소진 돼. 버렸다는 것. 우리 선생님은 하나도 맛보지 못했다며 매우 아쉬워하셨다.
 
한류의 영향인지 김밥과 떡볶이를 알아보는 외국인들이 너무 많았다. 저 매운 떡볶이도 마찬가지로 금방 소진되었다.  

포트럭파티 후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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