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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이제는 꽃 길만 걸을거다

by 요용 🌈 2024. 7. 14.

매주 일요일마다 친정엄마와 전화통화를 해 오던 나는 지난 12월부터 수개월째 전화통화를 피해오고 있었다.

 

버거씨와 4개월쯤 교재를 한 시점이 되었을때 나는 엄마에게 모든 진실을 말씀 드리기로 다짐했다. 나를 아껴주는 친구들도 있고 다정한 남자친구도 있으니 예전보다 더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우리 언니는 엄마의 충격이 상당할테니 본인이 미리 엄마에게 설명을 드리겠다고 했다. 

 

엄마와 실로 오랜만에 화상통화를 했다. 엄마는 내가 전화를 피하는 이유를 대충 짐작하고 계셨다고 한다. 나는 엄마가 우시거나 최소 발을 동동 하시며 원통해 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침착하게 받아들이셨다. 심지어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못받게 되었다는 말에도 조금 속상해 하긴 하셔도 크게 반응하지는 않으셨다. 

 

"니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니가 그렇게 말하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야. 내 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나보다 더 현명한 니가 한 결정이니 나는 다 믿어. 그리고 아무 걱정 없어. 이렇게나 예쁜데 솔직히 니가 아까웠지. 그 돈 없어도 니가 더 잘 살건데 뭐."

 

언니가 당부를 잘 해 준건지 엄마는 남편이나 시어머니를 나쁘게 말하지도 않으셨다. 내가용서했다고 하니 엄마는 내 앞에서 한숨조차 짓지 않기로 다짐하신 듯 했다. 내 얼굴이 전보다 더 좋아보여서 안심이라고도 하셨다. 나에게 잘해주는 남자친구에 대해서도 자랑을 했는데 엄마는 거기에 대해서는 별 질문이 없으셨고 그저 혼자가 아니라 안심하시는 듯 했다. 

 

버거씨에게, 친정 부모님과 몇 달만에 처음으로 통화를 했고 모든 이야기를 이제서야 털어 놓았다고 했더니 정말 잘 했다고 말했다. 마음이 좀 가벼워졌냐고 물으면서 말이다. 그동안 나더러 왜 부모님께 털어놓고 위로받지 않냐며 여러번 물어왔었는데, 나는 말해봤자 상황이 개선될 것도 아니고 부모님 걱정만 늘테니 내가 더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대답하곤 했었다. 


"아, 우리 언니가 돈 보내줬어. 내가 됐다고 여러번 거절했는데 굳이 보내주더라. 꼭 새 신발 사신으래. 꽃길만 걸으라고. 그래서 받았어. 신발 사러 같이 가자." 

 

버거씨는 기꺼이 신발 매장에 같이가서 등산도 할 수 있고 조깅 할 때도 신을 수 있는 예쁘고 튼튼한 운동화를 골라주었다. 마침 프로모션으로 할인도 받았다. 


"신발 산 기념으로 내일 보쥬에 등산갈까?" 

 

오! 정말 좋은 생각이다!!

 

다음날 이른 아침 우리는 시내에서 샌드위치가 가장 맛있는 빵집으로 갔다. 산에서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 뿐만 아니라 차안에서 아침식사로 먹을 달달한 빵들도 푸짐하게 골랐다. 

 

오 씐나 나 넘 씐나!!!

먹거리 잔뜩 들고 나들이 가는 이 기분 너무 좋다!! 

이 맛에 프랑스 산다.

 

 

 

 

보쥬까지는 차로 2시간 정도 걸린다. 

버거씨는 운전하고 나는 옆에서 풍경을 감상하며 맛나는 빵을 먹었다. 

저 가방에는 빵, 샌드위치 뿐만 아니라 사과, 살구, 과자 음료수등이 잔뜩 들어있다.

 

3시간 정도 산행을 했는데 등산객들이 거의 없어서 우리는 한적한 산길을 걸으며 별별 시답잖은 농담과 토론을 이어갔다. 

 

버거씨가 신발에 어울리는 등산양말을 몇켤레 사줬다.

 

언니한테 바로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언니야 고마워. 나 인제 진짜 꽃 길만 걸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