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이 올해도 돌아왔다.
가게에서 일하는 도중 나의 새로운 가족과도 마찬가지인 동료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았다. SK는 잡채를 만들어주었고 내동생 M은 정말 맛있는 초콜렛 케잌을 사와서 후식으로 나눠먹었다.
남편과 시아버지로부터 생일축하 메세지를 받았다. 2월에 헤어진 후 처음 받아보는 메세지였는데 고맙다고 짧게 답장을 각각 보냈다.
그날 저녁 나는 나의 작은 아파트로 알마, 에리카, 엘라, 마이크를 초대해서 생일파티를 했다.
부엌이 너무 작아서 요리가 수월찮은데다 이제는 오븐도 없으니 최대한 머리를 굴려서 메뉴를 골랐다. 닭다리 살로 만든 닭파전이었다. 양배추를 채칼로 슬라이스해서 한국식 샐러드도 만들었다.
친구들이랑 먹으라고 SK가 싸준 잡채까지 냈더니 나름 푸짐했다. 친구들이 맛있다고 정말 알뜰하게 남김없이 먹어주었다.
알마는 꽃한다발과 함께 시금치와 치즈가 들어간 전채요리를 만들어왔다.
에리카는 웬일로 제일 일찍 도착했었는데 친구들이 도착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 온 데코를 벽에다 장식해 주었고 가져온 샴페인에 폭죽을 달았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후식으로 케이크를 먹었다. 이날 케이크는 두개였다.
엘라는 초콜렛 케이크를 구워왔는데 예쁘지 않아서 부끄럽다고 몸둘바를 몰라하다가 마이크가 사 온 예쁜 케이크를 보더니 차라리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사실 엘라의 케이크는 정말 맛있었다.
마이크가 사 온 Merveilleux 케이크는 내가 평소 먹어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가게 앞을 지날때 마다 줄이 길어서 궁금했었는데 역시 맛있었다.
식사 후 우리는 알마가 가져온 새로운 보드게임을 했다. 룰이 너무 어려운데 설명서가 독일어로 되어있어서 헤메다가 우리는 결국 애매한 순간마다 룰을 새로 만들어버렸다. 엄청 웃고 떠들고 마시며 자정이 다 되어서야 친구들이 돌아갔다.
주말에는 버거씨와 생일 파티를 한번 더 하기로 했다.
별 기대없었는데 생일 축하를 많이 받아서 너무 기뻤고 스스로에게 뿌듯했다. 내 인생은 역시 성공한 인생이구나.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들에게 나의 고마움과 애정을 듬뿍듬뿍 표현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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