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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프랑스 낭시에 간다면 꼭 추천하는 레스토랑

by 요용 🌈 2024.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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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시에서 주말동안 함께 보낸 후 일요일에 돌아갔던 버거씨가 아직 주말도 되지 않았는데 수요일 저녁에 기차를 타고 낭시에 다시 찾아왔다. 
 
[목요일날 휴가를 냈어. 원래 말 안하고 서프라이즈처럼 갑자기 찾아가려고 했는데 넌 서프라이즈를 안좋아한다고 해서 결국 미리 말하는거야.]
 
그래도 충분히 기분 좋은 서프라이즈다. 
 
[레스토랑에 저녁식사를 예약했으니까 미리 뭐 먹지 말고-]
 
어디 레스토랑이냐 물으니 그냥 역근처라고만 말하는 버거씨. 근데 예쁜옷을 입고 나오라고 하는 걸 보니 좋은데로 갈 것 같다. 

퇴근 후 나름 애정하는 원피스를 차려입고 역으로 나갔다. 평일 날 만나니까 더 반가운 버거씨와 상봉했다. 

자 이제 우리가 가는 레스토랑이 어디인지 말해줘. 
 
씨익 웃으며 버거씨가 손가락으로 앞 건물을 가리켰다. 

 
"오! 엑셀시어! 우리 저기 가는거야? 나 저기 저녁은 비싸대서 맨날 오후에 친구들이랑 차만 마셨는데! 오예 신난당." 
 
내가 좋아했더니 버거씨 표정이 더 환해졌다. 

"원래는 해산물 레스토랑으로 너를 데려가고 싶었는데 검색하다보니 여기가 나오더라고. 유명한 곳인데 정작 아직 한번도 못가봤으니 이번에 널 꼭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지." 
 
평일에 서프라이즈 방문을 해 준 버거씨가 멋진 레스토랑에도 데려가주니 기분이 두 배로 좋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해산물 냄새가 찐하게 우리를 맞이해 준다. 

가끔 차마시러나 오던 이곳인데 오늘은 드디어 식사를 하게 되었구나. 들뜬 표정은 최대한 숨긴 채 오라버니 손을 잡고 웨이트리스를 따라 테이블로 갔다. 

마실걸 먼저 주문해야지.
근데 뭘 마시지? 화이트 와인을 마실까? 

 
고민하던 중에 [오늘의 메뉴]와 함께 [오늘의 칵테일]도 있길래 우리는 둘다 그걸로 주문했다. 이름은 기억이 안나고 그냥 오렌지 쥬스 베이스인 상큼한 칵테일이었다. 

올리브랑 식전빵이 따라 나왔다.
 
나더러 예쁘게 차려입고 오라고 하던 버거씨는 본인도 나름 신경써서 나온 모습이었다. 서프라이즈 맞네 오늘. 화려한 실내 조명덕분에 우리 버거씨 얼굴이 더 환해 보였다. 내 얼굴도 그렇게 환하게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버거씨 표정을 보니 아마 그런것 같기도. 
 
나때문에 일부러 내일 휴가 낸건줄 알고 좋아했는데ㅋ 겸사겸사 다음날 낭시에 볼일이 있기도 하다고 한다. 다만 내가 보고 싶어서 이날로 잡은건 맞다고. 
 




역사가 오래되었고 아르누보 디자인으로 유명하다고만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무려 1911년에 개업을 했다고 한다. 호텔 레스토랑으로 운영을 시작 했는데 지붕 디자인 뿐만 아니라 천장과 샹들리에 그리고 창문까지 유명한 아르누보 예술가들에 의해 탄생되었다고 한다. 

 

엉트레가 먼저 나왔다. 

서로 다른 엉트레를 시켜서 둘이 나눠먹기로 하고 생굴이랑 푸아그라를 각각 시켰다. 
 

이 물그릇. 티비에서 안봤으면 어쩔뻔ㅋ
손씻는 물 맞지? 라고 물어보려다가 너무 뻔해서 안물어봤다. 당당하게 버거씨보다 먼저 손가락을 담그면서도 버거씨 표정을 살짝 살폈다. 뭐든 처음 해 보는거는 어색하니까. 물이 따뜻하군. 

생굴 참 오랜만이다. 굴 안에다 레몬을 짜서 소스를 얹고 굴즙까지 알뜰하게 먹었다.

아 맛있다...

엉트레 굴에도 빵이랑 버터가 딸려나오네

푸아그라는 매년 크리스마스때마다 먹었는데 그러고보니 작년 노엘때는 못먹었구나...  이걸 먹는데 왜 이런 잡생각이. 훠이훠이-

푸아그라에는 소스 두가지가 딸려나왔다. 소스없이 그냥 먹는게 가장 맛있지만 있으니까 또 먹어봐야지. 소스가 달달하네. 

엉트레를 다 먹고 손씻는 물에 우아한 척 집게손가락을 담궈 주고 있는데 한 여성이 근처로 와서 우리 앞에 있는 벽화를 한참 구경하다가 사진을 찍어갔다. 괜시리 그 여성을 따라 우리도 벽에다 시선을 고정했다. 우리 지금 미술관에 온거니ㅋ
자세히 그림을 뜯어보니 아이들이 술을 마시는 것 같다. 하늘에서는 아기천사가 맥주를 부워주는거같은데? 디오니소스? 다들 행복한 표정이니까 되었다. 
 
잠시 후 우리의 메인 요리가 나왔다. 

연어구이랑 칠면조 스테이크. 이것도 반반씩 나눠먹었다. 아시아 스타일ㅋ
서로 다른 메뉴를 시켜서 나눠먹는거 참 좋은 생각인데 내가 본 많은 프랑스인들은 따로 먹는걸 선호하더라. 
 
남은 소스는 빵으로 싹싹 닦아 먹었다. 이건 프랑스 스타일. 

맛있게 먹고 있는데 웨이트리스가 오더니 옆테이블에서 주문한 디저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웨이트리스는 버너에다가 크레페를 굽고 있었는데 갑자기 뭐라고 (갑니다! 뭐 이런 느낌?) 소리치더니 난데없는 불쇼를ㅋㅋ

크레페 굽기 마무리 단계에서 알콜을 붓고 불을 한번 붙여서 불맛을 입히는것 같았다. 배가 불러서 디저트 생각은 별로 안들었는데 불쇼는 바로 옆에서 잘 봤다. 

천장위로 꽃 그림자가 멋지게 드리워졌다. 

 
밖으로 나온 후 갑자기 너무 추워서 우리는 손에 들고 있던 외투를 서둘러 껴입었다. 창문을 통해서 보이는 실내가 정말 아름답구나. 
 
"우리 주말에 여기 또 오자. 아침 식사 하러-" 
 
버거씨의 말에 내가 대 찬성을 했다. 
 
"좋아! 나 다음에 오면 저기 앉아서 사진찍을래. 당신이 밖에서 나 좀 찍어줘." 
 
버거씨는 고개를 돌려서 실내 풍경을 보더니 크게 끄덕였다. 
 
"오 멋지다. 알았어, 찍어줄게." 
 
버거씨는 가족들에게 나와 함께 찍은 사진들을 전송하느라 바빴다. 음식뿐 아니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특히 압도적인 인테리어까지 모두 완벽했던 저녁 식사였다고 입이 마르도록 자랑했다. 
 
나도 좋았다. 그래도 제일 좋았던건 생각지도 못했던 평일 데이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