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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 '넌 혼자가 아니야'

by 요용 🌈 2024. 10. 9.

티옹빌에서 맞이했던 여름 주말의 아침. 
언제나 봐도 기분좋은 파란 하늘과 초록나무들. 

시원하게 기지개를 켠 후 잠시 정원을 둘러보다가 오랜만에 친정엄마에게 화상 전화를 걸었다. 
 
궁금해 하실까봐 버거씨네 집 정원도 보여주고 풍경도 구경시켜 드렸다. 
그런데 정작 우리 엄마는 안부를 묻느라 내가 있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으셨다. 
 
전남편은 어떤지 시부모님 소식은 없는지... 
 
오늘도 우리 엄마와의 대화는 한숨으로 끝나려나. 
 
"무스카델을 못봐서 어쩌냐... 얼마나 보고싶을꼬... 아이고..." 

눈물이 핑. 
괜히 전화했다.
 
조금전까지는 기분이 좋았는데. 
 
이래서 내가 친정에 전화를 거는게 망설여지는것이다. 
 
전화를 서둘러 끊었다.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눈물이 양 볼에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마르기를 바라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참 새파랗구나. 우리 무식이 얼굴이 눈앞에 아른아른거리네. 아 이러면 눈물이 마를수가 없잖아. 
 


그때 우리 버거씨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생각없이 내 옆에 앉았다가 내 표정을 보고는 깜짝 놀랬다. 
나는 울먹거리며 엄마와의 대화 내용을 들려주었다. 자상하고 따뜻한 버거씨는 내 손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널 처음 만났을 때... 네가 얼마나 슬픈 모습이었는지 아직도 기억나." 
 
버거씨 손은 참 따뜻하구나.
 
"네 인생에서 여러가지 탑을 공들여 쌓고 있었는데 한 순간에 다 무너진 상태였지. 하지만 인상적이었던건 넌 누구를 원망하거나 분노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어. 네 주변을 탓하는 대신에 넌 그저 네 자신이 다시 똑바로 설수 있도록 갖은 애를 쓰는데만 몰두하고있었어." 
 
나는 말없이 버거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따뜻한 위로였다. 

"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 여전히 상처를 회복하는 단계이니까. 그런데 말이야, 나를 놀라게 하는건 매주 너의 모습이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점이야. 매주 널 만날때마다 난 느껴. 너 혼자서 성취한 것들을 좀 봐. 전 식구들 도움없이 혼자 아파트를 구해서 이사를 나왔고 직장생활도 그저 잘 적응하는 수준 이상으로 훌륭하게 해내고 있지. 새 아파트에 전기를 연결하거나 아멜리에 전화해서 세큐리티 카드도 새로 신청했지! 그리고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온라인 학업도 훌륭한 성적으로 졸업했어. 너는 앞으로도 대학원이든 커리어든 혹은 사업이든 네가 원하는건 뭐든지 제대로 해낼수 있는 사람이야. 언젠가 너는 네가 멋지게 성취한 것들을 둘러보면서 상처를 완전히 극복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거야." 
 
내 손을 쓰다듬는 버거씨의 따뜻한 손길과 자상한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나는 여전히 아무말 없이 감동한 표정으로 버거씨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말이 길아졌는데 내가 무엇보다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앞으로 네가 이룰 그 성취에 나도 함께 하고 싶다는거야. 나를 마음껏 이용해주면 좋겠어. 내가 네 옆에 있다는걸 잊지마. 나는 항상 네 편이니까." 

우웅 눈물나... 
 
결국 울음이 한번에 터졌다. 

내가 가장 듣고싶은 말이었던것 같다.
혼자가 아니라는 말.
이 말이 이렇게나 감동스러운 말이었던가. 가슴에 있던 뜨거운 무언가가 눈물로 터져나오는 기분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말 할 차례다. 친정엄마한테는 못했던 말. 버거씨한테는 털어놓을 수 있다.  

"난 한동안 전에 살던 동네쪽으로는 가지도 못했어. 가슴이 무너지는것 같아서. 블로그에 있는 옛날 사진도 못봤어. 시장에 제철과일들만 봐도 시부모님이 생각나고 고양이들이 생각났어. 근데 몇 달 지난 지금은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어. 중학생이 초등학교로 다시 못돌아가는 것 처럼 내 과거는 이제 돌이킬 수가 없다는 것을 인정한거지. 근데... 무스카델사진은 아무리 시간이 지났어도 도저히 못 보겠어. 엉엉" 
 
버거씨가 펑펑 우는 나를 안아주며 가슴을 쓸어주었다. 
 
"그럼 무스카델을 데려올 수 있도록 대화를 한 번 해 보는건 어때?" 
 
"무스카델은 전남편 생일 선물이었어. 그리고 그 사람한테 더 필요할거야..." 

"아..." 
 
버거씨는 시간이 약이라고 했다. 점차 다 괜찮아질거라고 말이다. 

그래 나한테는 버거씨가 있으니까. 

자상한 이 남자는 이제부터 든든한 내 편이 되어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감동의 눈물을 꽤나 쏟았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자고 했더니 버거씨는 딱 좋은 메뉴가 있다고 했다. 
양념에 재운 오리필레랑 무슨(?) 생소한 이름의 치즈를 구워주는 버거씨. 

사과, 오이를 넣은 샐러드와 시드르를 곁들여서 테라스에 앉아 맛나게 먹었다. 버거씨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음식이었다. 

버거씨는 내가 이렇게 같이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것이 요즘 본인의 최 우선순위라는 남자. 내가 자신의 넘버원이라고 주저없이 말해주는 남자.  
 
이 남자를 바라보면서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모든걸 잃어버리고 아무것도 없을때가 되어야 모든것을 얻을 수가 있다는 말. 
 
아니지 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않기로. 물 흐르는 대로 살기로 했으니까. 


무식아... 네 생각 조금만 덜 할게. 내가 자꾸 슬퍼져서 그래.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