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니콜라스 퍼레이드를 보기위해 우리는 시내 중심가로 걸어갔다.
퍼레이드가 지나는 길마다 차량이 통제되고 있었고 그곳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경찰들에게 가방과 주머니를 확인시켜줘야 했다.
인파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몰려있었다.
길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춤을 추는 퍼포먼스를 발견했다.
완전 씬나!!!
흥 많은 애기가 너무 귀여웠다.
아, 오빠 우리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퍼레이드가 지나는 길에 가서 앞쪽으로 자리를 잡아야 된다고-
헐... 이미 늦었다. 인파가 이렇게나 많을줄이야...
특히 엄마 아빠 어깨에 올라탄 아이들때문에 시야가 더 막혀있다.
"쟤네는 좋겠다... 아빠 어깨를 탈 수도 있고... 나도 저거 태워 줘 오빠."
그냥 장난으로 말한거였다.
그런데 버거씨가 허리를 숙이는가 싶더니 내 무릎을 끌어 안고는 내 몸을 번쩍 들어 올렸다.
꺅!!!
내가 제일 높다! 애기들아 내가 더 크지롱!! 와하하하 (실제로는 챙피해서 빨리 내려달라고 했음)
그나저나 높은곳에서 둘러보니 인파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많다. 진짜 빽빽...
"실례합니다. 조금만 비켜주세요. 반대편 길가로 출근을 해야 하는데 못가고 있어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
표정에서 긴박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한 젊은 여성이 사람들에게 사정하고 있었다. 나는 얼른 몸을 앞으로 바짝 붙여서 틈을 만들어 주었다. (앞 사람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했더니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바로 뒤에 서 있던 할머니는 그녀에게 화를 냈다.
"진짜로 저기서 일을 하는지 아닌지 우리가 알게 뭐야? 다들 안쪽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못가고 있는거 뻔히 안보이나? 왜 자기만 들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거야? 흥!"
그녀는 몇 몇 사람들의 협조로 조금 진입하나 싶었는데 이내 더이상 움직이지 못한 채 울 것같은 표정으로 돌아나왔다. 아이고 딱해라... 그런데 그 할머니는 다시 그녀에게 핀잔을 주었다. 결국 그녀와 할머니 사이에 말다툼이 일어나고 말았다. 할머니가 매정하셨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잠시 후 완전히 딴사람이 된 것처럼 세상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버거씨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무슈... 무슈는 키가 크니까 까치발을 안들어도 잘 보이지 않나요? 호호 뒤쪽으로 가도 잘 보일것 같은데 말이지요. 나는 키가 작아서 까치발을 들어도 하나도 안 보이거든요."
우리앞으로 오셔도 어차피 아무것도 안보이는건 똑같답니다요... 목마탄 애기들때문에 시야가 꽉 막혀있걸랑요...
사람 좋은 우리 버거씨가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할까 싶어 살짝 긴장하고 있을때 우리 버거씨가 부드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죄송해요. 여기 제 여자친구(Ma chérie)는 성니콜라스를 한 번도 못봤대요. 오늘 그녀에게 성니콜라스를 보여주려고 온거예요. 저도 어쩔수 없어요."
"호호 나도 성니콜라스 오늘 처음으로 보러 온거라우..."
"안돼요. 저는 여자친구가 더 중요해요. 죄송합니다."
"이해해요 호호 그리고 나도 영어는 좀 한답니다. 우리 영어로 대화할까요?" (우리가 영어로 대화하는 걸 들은것이다)
이 할머니 우리 오빠한테 반한거같은데.
할머니 우리 오빠가 머리색이 은발이라 그렇지 나이는 보기보다 많지 않아요...
버거씨는 대답할 말을 못찾은 듯 더이상 아무말 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날 저녁내내 이 할머니를 떠올리며 웃고 또 웃었다. 상황이 급박했던 젊은 처자한테는 매정하게 큰소리로 빈정거리더니 우리 버거씨한테는 세상 다정하게 호호 하는 모습이 너무 상반되었다.)
아! 드디어 멀리서 북소리가 들렸고 퍼레이드가 다가오는게 보였다!!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고 나도 그에 못지않게 환호했다.
내가 그렇게나 말렸건만 버거씨는 다시한번 내 무릎을 안고 높이 번쩍 올려주었다.
그 누구보다 높이 불쑥 솟아오르는 나를 몇 몇 아이들이 놀란듯 뒤돌아보았다. 응 내가 더 크지롱~ 우리 아빠, 아니 우리 오빠가 힘이 좀 세단다.
하지만 뒤에 할머니가 신경쓰여서 곧 내려왔다.
"데졸레 마담"
할머니한테 큰 목소리로 사과를 했는데 이 할머니 진심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내 눈길을 피했다. 질투하시는거 아닐까.
퍼레이드에 빠져있을때 갑자기 내 몸위로 뭔가가 후두두 날라와서 부딪혔다. 알고보니 사탕이네?! 아이들이 손을 내밀고 소리를 치고 있었는데 나는 땅에 떨어진 사탕을 주워서 주변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퍼레이드 중간 중간에 사탕이 꽤 자주 날아왔는데 앞쪽에서 사탕을 많이 받은 아이들은 뒷쪽 아이들에게 사이좋게 나눠주었다. 착하기도하지!! 물론 가운데에 있는 어른들이 한마음으로 여기저기 전달해 준 것이었다. 신나하는 아이들 얼굴을 보니 나도 너무 재미있어서 어느새 사탕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사탕을 받으면 손을 높이 흔들면서 "봉봉 원하는 사람?!" 하면서 주변 아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면 손을 드는 아이쪽 방향에 있는 어른들에게 사탕을 주면 그 아이에게 전달되었다.
내 뒤에 있던 네 살쯤 된 꼬맹이가 (아빠 목마를 탄 채) 작은 두 주먹에 봉봉을 가득 쥐고는 신나서 "La fête de bonbon!!"하고 소리를 쳤다. 나도 퍼레이드 보다는 봉봉에 정신이 팔려서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거슨 사탕축제인거시다ㅋㅋ
충분히 즐거웠고 나는 버거씨한테 그만 가자고 했다. 성니콜라스는 아직 못봤지만 아이들 덕분에 충분히 즐거웠다. 우리가 자리를 빠져나오자 할머니가 호호 웃으며 버거씨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부모님 목마를 타고 앉아있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너무 귀엽다.
성니콜라스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저녁에 낭시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으로 만날 수 있었다.
오빠 내년에는 우리 스타니슬라스 광장에서 한 시간 전부터 기다리자!
버거씨가 알았다고 약속했다.
헤헷
니콜라스 할아버지 내년에 꼭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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