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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프랑스에서 미키 17 관람기

by 요용 🌈 2025. 4. 7.

일요일 오후 자전거를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영화관 앞을 지나는데 버거씨가 갑자기 소리쳤다. 

 

"봉준호 영화 개봉했다!!" 

으잉? 당신이 봉준호를 알아? 

 

안단다. 기생충도 봤고 설국열차도 봤단다. 

 

아하! 미키 17이 개봉했구나. 그럼 보러가야지! 

집에가서 저녁먹고 다시 나오자. 상영시간 확인해야겠네. 

희소식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봄맞이 영화관 할인!

Cameo, UGC 그리고 키네폴리스까지, 내가 아는 모든 영화관에서 동일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단다. 

원래 영화티켓이 14유로가 넘는데 행사기간중에는 5유로밖에 안한다. 반값도 안되네.

 

"이러면 봐야지. 영화관 맨날 가야지."

 

내 말에 버거씨가 웃으며 끄덕였다. 

 

집에가서 저녁먹고 쉬다가 다시 나왔다. 집 코앞에 영화관이 있어서 어찌나 편리한지. 

 

영화관에 이렇게나 사람이 붐비는걸 처음봤다. 할인 행사덕도 있겠지만 봉준호 감독의 인지도 또한 커졌음을 실감했다. 

 

 

 

영화는 로버트 패틴슨의 어눌한 발음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트와일라잇에서의 그 섹시한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전 딴판의 찌질한 케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해버렸다. 

 

저 손이 허무하게 잘려나가는데 그의 동료들이 무관심해 하는 장면이 꽤 자극적이고 슬펐는데 몇몇의 관객들이 소리내어 슬프게 신음했다.

어떻게 사람이 연기로 저렇게 찌질해보일 수 있을까 여러번 생각했다. 목소리, 표정, 자세등 많은 연구를 한 듯했다. 

그런 찌질한 남주를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이 영화에서 핵심의 사랑이라지... 

그녀는 찌질한 남주를 위해 대신 화내고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케릭터인 크리퍼! 

봉준호감독이 크루아상처럼 귀엽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는 말을 들었다. 진짜 귀엽고 사랑스럽고 푹신 몰랑한 느낌의 케릭터! 

우리들의 헐크 아저씨도 완전 이미지 변신을 했다.

우유부단하고 부인말만 끔찍하게 듣고 아랫사람 알기를 우습게 아는 독재자역할을 실감나게 했다.

버거씨는 트럼프의 말투와 표정을 따라한게 틀림없다고 말했지만 이 영화는 이미 3년전에 촬영되었다는 사실. 

뭐 그때도 트럼프는 존재했으니까 뭐... 

 

마크러팔로의 인터뷰 짤을 봤다. 

케릭터를 처음 봤을때 이거 과장이 심하구나 싶었는데 지금와서 보니 내가 다큐를 찍은거더라고. 내가 연기한건 약과였어.. ㅋ 돌려까기의 장인이셨군요. 

찌질하던 미키는 18번째로 태어났을때 눈빛이 섹시하게 바뀌었다. 자존감 약한 17을 윽박지르기도 하고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라며 의도치 않은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진짜 다시 봤다 이배우!

 

나는 미키17의 예고편도 본적이 없었고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영화를 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재미있어서 대만족했다.

버거씨는 심지어 나보다 더 만족한 듯 했고 극장내 다른 관객들 또한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독재자 커플의 캐릭터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 봉준호 감독의 블랙코메디와 디스토피아 표현 방식이 좋아. 상황은 너무 처절하고 슬픈데 주인공의 담담하고 어눌한 나레이션이 인상적이었어. 주변 동료들은 주인공을 내내 무시하다가 "죽는거 어때?" 라고 무례하고 무신경하게 물어보는데 주인공은 또 친절하게 대답해줘. 안타까운데 웃음도 나고 화도 났다가 어느새 주인공한테 완전히 몰입하게 되었어." 

 

영화관을 나와서 집으로 돌아가는 짧은 시간동안 버거씨는 신나게 영화평을 쏟아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어, 그치?" 

 

"응, 나는 봉준호 감독의 한국 오리지날 영화들도 다 보고싶어졌어." 

 

나는 괜시리 뿌듯해져서는 옥자와 괴물을 추천해주었다.

 

다음에는 한국영화가 나올때마다 영화관에 같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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