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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김밥, 이게 많다고?

by 요용 🌈 2025. 4. 8.

주말에 온 버거씨는 월요일에도 우리집에서 재택근무를 이어갔다. 

 

그런데 일하는 도중에 뭐가 잘 안풀리는지 연신 한숨을 짓고 있는 버거씨.

엑셀에 오류가 있다길래 내가 도와주려고 했더니 (회사 다닐 때 동료들은 엑셀에 문제가 생기면 나에게 달려오곤 했다.) 원본 데이터 문제라 내가 도와줄 수 있는게 없었다. 쩝... 

문제는 해결해 주지 못했지만 점심이라도 맛있게 만들어줘야지. 

 

"김밥 만들어?"

 

부엌에서 나는 참기름 냄새에 바로 김밥을 떠올리는 버거씨. 맞다고 말했더니 너무나 감동적이고 로멘틱하단다. 조금전까지 계속 한숨을 푹푹쉬고 있더니 김밥 소리에 기분이 좋아지나보다. 

 

"그치 감동적이지. 나같은 여자를 만난 당신은 맨날 웃으면서 살아야 돼."  

 

"그래서 나 맨날 웃잖아?"

 

"보여줘." 

 

언제 인상을 썼냐는 듯 입을 양쪽귀까지 끌어올린채 함박미소를 보여주는 버거씨. 그 표정에 내가 빵 터졌다. 

그냥 있는 재료로 대충 쌌다. 간소고기, 오이, 당근, 단무지- 

 

 

12시 점심시간에 맞춰서 김밥 한접시를 크게 내어왔다. 둘이서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오이 껍질을 벗겼더니 푸른색이 부족해졌네

 

우와~~ 하며 감탄을 하던 버거씨가 이렇게 말했다. 

 

"근데 너무 많잖아~ 하하~" 

 

어이가 없다는듯 껄껄 웃는 버거씨에게 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게 많다고?" 

 

버거씨는 오히려 내 반응에 놀랐다.

 

"이게 안 많다고?"

 

"나는 음식 부족한건 질색이라... 먹을 만큼만 먹어. 남으면 오후에 간식으로 먹어도 되고."  

 


본인이 생각하는 1인분을 접시에 담아서 나에게 건네주는 버거씨. 이걸로 배가... 찬다고?? 

 

"지난주에 내가 동료들이랑 회사앞에서 스시집에서 점심 먹었다고 말했잖아? 그때 1인분은 요정도였어. 물론 엉트레로 미역샐러드를 먹기는 했지만. 이정도 양이면 4인분은 되겠다." 

 

"하하 4인분? 한국에서 김밥 한줄은 그냥 사이드야. 보통 라면 한 그릇을 먹으면서 김밥 한줄은 반찬처럼 같이 먹는게 한국에서는 일반이라고. 김밥을 메인으로 먹는다면 두 줄도 부족한 느낌이지."

 

어이가 없어진 버거씨는 또 한번 껄껄 웃었다. 

 

"근데 진짜 맛있다. 자꾸 먹게 되네!"

 

결국 버거씨는 한접시를 더 담아먹었다. 그래도 두 줄 겨우 먹었을라나. 

 

"안토니네 가족 우리집에 초대해서 한국식 바베큐 대접하고 싶은데 김밥도 괜찮겠다 그치?"  

 

"바베큐도 먹고 김밥도 먹으면 되지!"

 

내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 

 

 

 

잠시 후 내가 보내준 김밥 사진을 받은 우리 언니로부터 이렇게 카톡이 왔다.

 

[라면은 없고?]

 

버거씨한테 이 말을 들려줬더니 버거씨가 갸우뚱 했다. 추가 설명을 해 줘야겠군.

 

"점심식사로 이게 전부냐는 뜻이지. 라면도 없이 말이야. 내가 말했잖아. 김밥은 한국에서 그냥 사이드라고ㅋ" 

 

버거씨의 두 눈이 커졌다.ㅋㅋ

 

 

한식을 먹을때만 유독 내가 먹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말하는 버거씨. 

음 생각해보니 그렇네. 프랑스 요리는 아무리 맛이 있어도 한식만큼 빨리 먹지는 못하지... 

 

대충 쌌지만 김밥은 무조건! 언제나!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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