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 무더웠던 지난 일요일.
버거씨는 오후에 갑작스럽게 호숫가에 물놀이를 가자고 했다. 마침내 집에 와있었던 아들들도 동의했고 그렇게 우리는 갑자기 수영복이랑 간식등을 챙겨서 떠났다.
룩셈부르크에 있는 헤멕션?(remerschen)이라는 이름의 호수였다. 근데 막상 가 보니 분위기가 완전 바다 해변느낌이네. 호수래서 아무 기대 없이 나왔는데 해변의 신나는 분위기 너무 좋다!
입장하는 줄이 너무 길어서 땡볕에서 40분이나 줄을 서야만 했다. (호수인데도 입장료를 내다니!)
우리 앞에 있던 10대 소녀 하나가 쓰러져서 응급요원들이 차가운 생수병을 들고와서 그녀를 그늘로 데려가기도 했다.
진짜 사람들 바글바글
바베큐를 해먹는 가족들도 꽤 있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즐기는 젊은사람들도 많았다. 뭐 이런데서 다같이 음악 듣는거지 뭐.
우리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넓게 깔았다.
빠르게 채비를 하고 일단 너무 더우니까 물속으로 먼저 풍덩~
아들들은 저쪽으로 멀리멀리 헤엄쳐가고 나는 버거씨 등에 매달려서 따라다녔다. 튜브가 있으면 좋겠는데 구명조끼없이는 깊은 물에 못들어가겠다..ㅠ.ㅠ
버거씨랑 호수 가운데에 단둘이 떠 있을때였다.
"내가 아들만 둘이어서 다행이지 내 딸이 저런 수영복입고 나다닌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저건 진짜 아닌거같애..."
음? 수영복?
노출이 너무 심한 요즘 비키니를 보고 혀를 차고 있는 중이었다ㅋ
아ㅋ 나만 여자들 비키니 쳐다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 버거씨도 보고 있었네그랴.
아닌게아니라 진짜 다들 엉덩이를 다 내놓고 있길래 내 수영복이 상대적으로 너무 할매 스타일인가 고민하던 참이었구만.
"정말 다들 저렇게 입고 있길래 나도 하나 새로 장만해야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ㅋㅋ"
내 말을 듣고 펄쩍뛰는 버거씨.
"어우 절대 싫어. 그러지 말아줘 제발. 네 수영복은 완벽해. 제일 예뻐!"
음 그렇담 다행이고.
"아까 호수 입장하려고 줄서 있을때 혹시 그 여자봤어? 치마를 허리까지 끌어올리고 서 있던 키 큰 여자."
내 말에 버거씨가 눈을 뚱그렇게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도 놀랬단다.
입장할 때 줄은 길고 날은 덥고 정말 힘들었는데 우리 앞쪽에 있던 분홍 원피스를 입은 키 큰 여자가 갑자기 입고 있던 원피스 치마를 허리 위에까지 둘둘 말아 올렸다. 속에 입은 팬티도 정숙한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한 손으로 치마를 말아쥐고 반대쪽 손으로는 남친의 손을 잡고 있었다.
내가 동방예의지국 출신?이라 내 눈에만 충격적인건줄 알았는데 버거씨도 같은 생각이었다니 괜히 반갑네ㅋ
물놀이를 끝낸 후 우리는 나무 그늘아래 돗자리에 둘러 앉아 과일이랑 과자도 먹고 꿀같은 낮잠에 깜빡 빠지기도 했다.
오리들이 한무리 모래사장으로 기어 올라오더니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근처에서 고기를 구워먹는지 맛있는 냄새가 풍겨와서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우리 심정을 아는지 버거씨가 말했다.
"우리도 오늘 저녁에 테라스에서 바베큐 해 먹자!"
오예~
물놀이에 바베큐까지. 이래서 여름이 최고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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