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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인생 새출발

프랑스 중세마을 축제에서 만난 옛 친구

by 요용 🌈 2025.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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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드막 중세마을 축제가 돌아왔다! 

작년에 넘나 잼나게 구경했던게 엊그제 같기만 한데 벌써 한 해가 지났단 말이더냐.. ㅠ.ㅠ 

이번에는 토요일 저녁에 갔다. 날씨도 조금 더 선선하고 또 저녁에 불꽃놀이도 한다고 해서. 

일단 우리 저녁 먼저 먹자!

판매하는 음식들도 꽤 다양하다. 

작년에 못먹어서 내가 아쉬워했던 돼지통구이를 버거씨가 기억하고 있었다. 

이건 그냥 돼지가 아니라 맷돼지라고 써져있었다. 

샐러드, 빵 그리고 디저트로 사과 콩포트가 딸려나온다. 

숯불에 구운 통구이 정말 야들야들하고 맛있다. 사이드로 같이 나온 렌틸+당근 그리고 완두콩도 맛있다. 

 

후식으로 작년에 먹었던 수제 아이스크림을 또 사먹었다. 두스쿱에 3유로였는데 공원에서 사 먹는것보다 저렴한데 훨
씬 맛있다. 

각양각색의 중세시대 의상을 입은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정말 쏠쏠하다. 영화속에 들어온 기분! 

어린이들부터 노인들까지 의상에 진심인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저 엘프소년처럼 얼굴에 메이컵을 한 사람들도 많았다. 

 

무시무시한 돌도끼처럼 들고다니는 무기들도 정말 다양했다.  

 

밤늦도록 실컷 놀고 불꽃놀이도 구경한 후 집에 돌아가려고 나오는데 버거씨가 누군가를 향해 반갑게 "방상!!" 하고 외쳤다.  

 

사제 옷을 입은 풍채 건장한 중년 아저씨였는데 오랜만에 만났는지 서로 엄청 반가워했다. 

 

"방상이라고, 우리 테니스 팀 코치였어." 

(버거씨는 꽤 오래 테니스를 쳤는데 이웃도시들로 시합을 다니는게 지겨워져서 5년전에 관뒀다고 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서서 꽤 길게 대화를 나누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말에 버거씨는 티옹빌과 룩셈부르크 그리고 낭시 세 도시를 오가며 바쁘고 행복하게 지낸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리고는 묻지도 않은 말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버거씨. 


"내 인생의 사랑을 찾아낸 이후 내 삶은 통채로 바뀌었지. 나는 요즘 아주 활기차고 행복해. 숨어있던 이 세상 최고의 보물을 내가 찾아냈거든." 


헐...

버거씨는 세상 따뜻한 눈빛을 나에게 고정한 채 자신의 큰 사랑을 수년만에 만난 테니스코치에게 자랑하고 있었다. 민망함에 할 말을 잃은 나는 콧구멍에다 힘을 빡 주고 허공만 응시했다. 

 

방상은 뭐라고 대답하려나.

 

투박한 외모의 방상은 껄껄 웃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맞아. 무슨 말인지 나도 알지. 사랑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과 장소에서도 기적처럼 찾아오지. 나도 전부인이랑 헤어지고나서 지금 아내와 13년째 함께 하고 있는데 그녀 덕분에 나는 너무나 행복해. 그녀는 정말 멋진 여성이야. 너도 인생의 사랑을 찾아냈다니 정말 기쁘다. 사랑은 인생에서 중요한거야."

오와... 
프랑스 중년 아저씨들의 대화라니 믿기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어찌나 로멘틱하신지. 

 

방상과 헤어진 후 버거씨는 방상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주었다. 

 

"방상은 우리에게 흥미로운 본인의 경험담을 많이 들려주곤 했는데, 학창시절에는 그리 모범적인 학생이 아니었대. 고등학생때 이미 온 세상의 모든 마약을 다 해봤다고 말했어. 약한거부터 강력한 약까지 전부 다! 우리 코치가 얼마나 성실한 사람인지 아는지라 우리는 믿을수가 없었지." 

 

흠... 약을 끊는게 쉽지 않았을텐데? 

 

"10대때 그랗게 방탕하게 살았었는데 어느날 어떤 계기로 굳은 결심을하고 어렵게 약을 끊고 완전히 깨끗해졌대. 정말 쉽지 않은일인데 강한 의지로 해낸거지." 

 

진지하게 말하던 버거씨는 내 한마디에 빵터졌다. 


"그리고 지금은 저렇게 사제가 되었네…" 

 

"그래 맞다맞아ㅋㅋㅋㅋㅋ
근데 그렇게나 운동을 많이 하는데도 풍채는 왜저리 좋은지… 배는 항상 저렇게 나와있었거든 ㅋㅋㅋ 사제복이 딱 어울리긴 하더라, 그치? 하하" 

 

gif

 

오늘도 로멘틱함의 정점을 찍은 우리 버거씨의 손을 잡고,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프랑스 작은 마을 중세 축제도 흥미롭고 그곳에서 만난 버거씨 코치의 과거 이야기도 재미있다. 

 

세상에는 재미난게 참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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