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뮤직 페스티벌이 있었던 날이었다.
에리카로부터 연락이 왔지만 (낭시 뮤직 페스티벌을 뒤로하고) 나는 버거씨를 만나러 티옹빌로 가게되었다.
뮤직 페스티벌이 있는 이 날은 프랑스 도시들 곳곳에 거리마다 음악 공연, 디제잉이 펼쳐지고 사람들은 맥주를 들고다니면서 거리에서 춤추고 환호하며 즐긴다.
버거씨는 저녁때 룩셈부르크에 나가보자고 했다. 프랑스 옆에 붙어있어서 그런가 룩셈부르크에서도 뮤직페스티벌이 열린다네?

룩셈부르크 시내로 왔다가 가장 큰 공연소리를 따라 오니 이렇게 야외 콘서트가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었다.
한 흑인 여성이 무대에서 어마어마한 성량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버거씨 말로는 엄청 유명한 미국(?)가수라고 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라고 해서 깜짝 놀랬네. 외모도 목소리도 훨씬 젊어보이는데!?

인파에 섞여 우리도 자연스럽게 리듬에 몸을 흔들며 공연을 감상했다.
밤은 영원하지 않으니까 이제 다른데로 이동해볼까?

버거씨는 아름다운 옛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으로 나를 안내했다.
바로 저 바에서 맥주를 한 잔 하려고 했는데 날이 날이니만큼 자리도 없고 줄도 엄청 길길래 결국 포기했다;;

테이블 없어도 이렇게 서서 멋진 풍경을 감상하는 것 좋기만 하다!
"나는 점심시간에 이곳을 한바퀴 산책하는 걸 정말 좋아해. 매일 하진 않지만 기분 전환이 필요한 날에는 어김없이 여기로 나오지. 벌써 20년 넘게 보는 경치지만 절대 질리지가 않아."
버거씨는 나에게 일상 이야기를 들려주고 눈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매우 기뻐보였다.
"요 밑에 개구리구이를 정말 맛있게 하는 레스토랑이 있어. 동료들이랑 점심 때 종종 가는 곳이야. 조만간 날 잡아서 우리 같이 가 보자."
오 신난다~

진짜 아름답구나...
이런곳이라면 나도 매일 와도 안 질리겠다.


밤이 깊어지자 거리에 크고작은 공연들이 늘어났다.
우리는 그 중 리듬소리가 흥겨운 작은 무대앞으로 갔다.

버거씨가 시드르를 주문하는 동안 나는 둘이 앉을만한 돌계단을 확보했다.
이 복잡한 곳에서 앉을 자리를 찾아냈다고 버거씨가 고마워했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서 있었다) 얼마 후 나는 호다닥 달려가서 무려 테이블을 맡아 버림ㅋ (몇 개 없는)테이블에서 일어서는 사람이 없는지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데 한 팀이 일어서는 낌새를 느끼자마자 냅다 달려갔던 것이다! 아 뿌듯해라...

버거씨가 완전 감동했다ㅋㅋ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거나 서서 음악을 감상하고 있을때 우리는 너른 테이블에 편안한 의자까지 차지하는 행운을 누렸으니! 하하 이래서 눈치가 빨라야 돼. 동작은 더 빨라야 하고ㅋ

공작성에서 펼쳐지는 레이져쇼까지 보고나서 우리는 시내를 빠져나왔다.

테라스마다 사람들로 꽉꽉 차 있었다. 이런 활기찬 여름 밤의 분위기 너무 좋다!
오빠 우리 개구리 구이 먹으러 언제 갈거야~?
재미난 경험을 또 하나 늘겠구나.
즐거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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